금호아시아나그룹이 핵심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결정한 지난 15일 서울 강서구 오쇠동 아시아나항공 본사에서 직원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호재기자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주관을 놓고 벌어진 투자은행(IB)의 혈투에서 크레디트스위스(CS)증권이 승리했다. 매각 결정 직후부터 사실상 내정설이 떠돌던 CS가 주관사로 선정되면서 투자은행(IB) 업계에서도 뒷말이 나오고 있다. 실상 산업은행이 인수·합병(M&A)의 주도권을 쥐고 있음에도 ‘요식’ 공개입찰을 통해 주관사를 선정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금호산업은 25일 아시아나항공 보유 지분 33.47%의 매각 주관사로 CS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금호산업 측은 “지난 23일 주관사 선정을 위해 다수의 기관으로부터 제안서를 접수 받은 뒤 공정하고 투명한 선정 절차를 거쳐 최종적으로 CS를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게 됐다”며 “국내 대형 항공사 매각과 관련해 매각에 대한 이해도 및 거래 종결의 확실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CS는 이미 매각 결정 직후부터 주관사를 거머쥘 가장 유력한 후보로는 꼽혀 왔다. 과거 한국우주항공(KAI)과 하이닉스에서부터 최근 동부제철까지 CS는 산은이 주도하는 인수·합병(M&A)의 자문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금호그룹 관련 거래도 마찬가지다. 2015년 박삼구 회장이 금호산업을 인수해 그룹을 재건할 당시와 지난해 금호타이어를 중국 더블스타에 매각했던 거래도 CS가 주관을 맡았었다.
특히 CS IB 부문을 이끌고 있는 이경인 대표는 금호그룹 오너 일가와도 가까운 사이인 것으로 알려진다. 노무라증권 출신인 이 대표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대한통운 인수와 매각, 금호의 대우건설 매각, 또 박삼구 회장의 금호석유화학 지분 매각 등도 자문했다. 일각에서는 금호그룹의 의사결정에 이미 오래전부터 CS가 깊이 관여하고 있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가장 큰 도전자는 NH투자증권이었다. NH는 박삼구 회장이 2015년 금호산업을 7,200억원에 인수할 당시 인수금융 3,300억원을 지원했었다. NH투자증권은 산업은행 대신 5,00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인수하겠다는 제안도 금호그룹 측에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NH증권 뿐만 아니라 골드만삭스, 삼성증권, KB증권 등 국내외의 내로라하는 IB들이 아시아나항공 매각 주관사에 이름을 올리기 위해 동분서주했었다.
내정설이 돌던 CS가 주관사로 선정되면서 제안서 접수 등의 절차가 요식행위였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표면적으로 아시아나항공이 워크아웃 상태가 아닌 정상기업인만큼 매각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쪽은 금호산업이다. 하지만 실상 매각을 주도하는 쪽은 산은 등 채권단이다.
매각 주관사 선정이 완료되면서 재무·법률자문단도 곧 꾸려질 것으로 보인다. 재무자문은 EY한영이, 법률자문은 법무법인 세종이 사실상 확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주관사 선정이 이후 채권단의 실사가 진행되면서 지난달 감사인 삼일PwC로부터 한정 의견을 받아 논란을 빚었던 아시아나항공의 회계 논란의 원인도 밝혀질 수 있다. 이후 매도 실사까지 거치면 빠르면 7월께 인수의향자의 윤곽이 드러날 수 있다. /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