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이자 성추행 논란’…2차 가해자로 나선 한국당?

24일 임이자 의원의 성추행 논란에 한국당, “문 의장 사퇴해라”
송희경·이채익 의원 ‘팀킬’ 논란도 이어져
당시 영상에선 “여성의원이 막아야 해” 발언도 나와
한국당 의원들 막말, SNS ‘2차 가해’로 이어져

자유한국당이 문희상 국회의장실을 항의 방문한 것을 찍은 영상 중 문 의장이 임이자 한국당 의원의 볼을 만지는 장면/연합뉴스

임이자 자유한국당 의원의 ‘성추행 논란’을 두고 임 의원과 문희상 국회의장 양측이 팽팽하게 맞서는 가운데 이와 관련한 한국당 의원들의 잇따른 ‘막말’이 화제다. 일각에선 “한국당이 오히려 임 의원 성추행 논란에 대한 2차 가해를 촉발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성추행 논란은 지난 24일 한국당이 문희상 의장실을 찾아 “패스트트랙 지정에 반대하는 오신환 바른미래당 사개특위 위원의 사보임을 허가해선 안 된다”고 요구하던 중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80여 명의 한국당 의원들은 문 밖으로 나가려는 문 의장을 둘러싸고 실랑이를 벌였고 이 가운데 임 의원이 앞장서 막으며 문 의장과 신체접촉이 있었다. 임 의원이 “이러면 성희롱”이라고 말하자 문 의장은 황당하다는 듯 임 의원의 볼을 감싸는 행동을 취했고 해당 영상이 인터넷에 퍼지며 큰 논란이 됐다.

이에 한국당은 “엄연한 성추행”이라며 문 의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지만 이 과정에서 송희경·이채익 의원이 임 의원에 대한 ‘막말’을 일삼으면서 되려 ‘한국당은 누구의 편이냐’는 빈축을 사고 있다. 송희경 의원은 전날 열린 한국당 비상의원총회에서 “임 의원이 심각한 정서적 쇼크로 병원에 갔다”며 말문을 열었다. 하지만 이어 “아직 결혼하지 않은 상황인데 더더구나 느꼈을 수치와 모멸감이 어땠을지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말한 것이 논란이 됐다. 성추행과 혼인 여부가 대체 무슨 상관이냐는 것이다.


이채익 의원은 임 의원의 ‘조건’을 일일이 나열하며 ‘못났다’고 표현하기까지 했다. 그는 “키 작은 사람은 나름대로 트라우마가, 열등감이 있다”면서 “임 의원은 정말 결혼도 포기하면서 오늘 이곳까지 온 어떻게 보면 올드미스”라고 말했다. 이어 “문 의장은 경복고와 서울대를 나오고 승승장구했으나 ‘못난’ 임 의원 같은 사람은 모멸감을 주고 조롱하고 수치심을 극대화하고 성추행해도 되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임 의원을 성추행 피해자라고 말하면서 ‘못났다’고 표현한 것은 그를 두 번 죽이는 것”이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당이 여자 의원들을 의도적으로 이용한 것부터 잘못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24일 언론이 공개한 당시 영상에서 “여자 의원들이 막아야 해”라는 말이 나오면서 ‘한국당이 의도적으로 성추행 논란을 이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해당 영상에 보면 문 의장이 ‘시간이 다 됐다’는 제스처를 취하며 나가려 하자 한국당 남성 의원들이 문 의장을 막아선다. 그러다 “여성 의원들이 막아야 해”라는 한국당 의원으로 추정되는 한 여성의 목소리가 나오는데 그로부터 약 1분 뒤 임 의원이 “의장님. 손대면 성희롱”이라고 말하며 등장한다. 이에 해당 영상을 접한 네티즌은 “애초에 한국당이 임 의원을 ‘여성’이라는 이유로 이용한 것이 아니냐”며 “그러면서 임 의원의 편을 드는 것은 모순적”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한국당 의원들의 ‘막말’과 발언이 소셜네트워크(SNS)와 인터넷상에서 임 의원의 2차 가해를 촉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당 내에서 성추행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당원을 ‘돌려 까기’ 한 셈이다. 실제로 SNS 트위터에선 한국당 의원들의 발언을 다룬 뉴스를 게재하며 임 의원의 외모를 지적하거나 그를 성적으로 비하하는 트윗이 늘고 있다. 한 네티즌은 이채익 의원이 열거한 임 의원의 ‘조건’을 언급하며 임 의원의 외모와 결혼 여부를 ‘핸디캡’으로 표현했다. 이어 그는 “이러한 모든 핸디캡을 극복하고 국회의원까지 하는 데 얼마나 성공한 인생이냐. 의원직이나 잘 수행하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네티즌은 “임이자 의원 볼이 통통해서 만질 게 있던감 느낌은 좋았나?”는 성희롱적인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임이자 의원 논란에 대해 한국당 의원들이 막말한 것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응 캡쳐본. 이들의 발언은 임 의원에 대한 ‘2차 가해’로 이어지고 있다.

이번 ‘성추행 논란’에 대한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임 의원은 전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늘 오후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며 “언론에 알려진 제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선 당 차원의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문 의장은 “임 의원의 행동이야말로 자해공갈을 연상시키는 수준”이라며 “국회의원과 기자 100여 명이 지켜보는데 어떻게 성추행을 하느냐”고 반문했다.

한편 문희상 국회의장은 25일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소속 바른미래당 오신환 의원의 사보임 신청을 허가했다. 전날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항의 방문에 충격을 받아 병원에 입원한 문 의장은 불가피하게 병상에서 사보임 신청을 결재했고 당분간 건강 상태를 지켜보며 병원에 머무를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신현주 인턴기자 apple260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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