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와 기업이 주도해 만든 양곤 남쪽 띨라와(Thilawa) 특별경제구역의 모습. 미얀마 국기와 일본 국기가 나란히 펄럭이고 있다./사진=박한신 기자
미얀마 양곤 시내에서 남동쪽으로 30㎞ 떨어진 틸라와 특별경제구역(SEZ)으로 가는 길은 공사가 한창이었다. 이곳을 관리하는 MJTD(Myanmar Japan Thilawa Development)의 가즈아키 시로조노씨는 “일본 정부의 자본으로 공사를 진행 중”이라며 “일본은 미얀마의 잠재력을 매우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틸라와 SEZ는 일본 정부와 기업이 미얀마와 합작해 만든 곳으로 미얀마 쪽이 51%, 마루베니와 스미토모 등 일본 기업이 39%, 일본 정부가 10%의 지분을 갖고 있다.
중국도 서부 해안도시 차우퓨에 SEZ를 조성한다. 지난해에 건설계약을 마치고 착공을 준비하고 있다. 미얀마의 첫 번째 심해항이 될 차우퓨 SEZ는 중국이 ‘말라카 리스크’를 지우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중국은 ‘자원부국’인 미얀마의 가스전에서 생산한 천연가스를 말라카해협을 거치지 않고 차우퓨항과 미얀마 육로 파이프를 통해 윈난성으로 수송할 계획이다.
미얀마에서 중국과 일본의 선점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한국이 고군분투하며 뒤따라 가는 ‘한중일 삼국지’가 펼쳐지고 있다. 한국도 LH가 양곤 북쪽으로 10㎞ 떨어진 야웅니핀에 약 68만평(225만㎡) 규모의 산업단지를 조성하기로 했다. 하지만 틸라와와 차우퓨가 항구를 포함한 입지인 데 비해 LH 산단은 양곤 내륙에 위치해 한계가 있다는 평가도 현지에서 나온다. 또 특별법에 의해 관리되고 혜택도 그만큼 많은 SEZ와 달리 LH는 일반산단으로 조성할 계획이어서 기업들의 유인이 부족하다는 점도 극복해야 한다.
게다가 일본 정부는 태국과 인접한 다웨이 SEZ도 주도해 개발할 계획이다. 원래 이탈리아와 태국이 합작 개발하기로 했지만 일본으로 개발 주도권이 넘어갔다. KOTRA 양곤무역관 관계자는 “이탈리아와 태국은 수익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사업에서 빠진 것으로 파악된다”며 “일본은 미래를 보고 사업을 넘겨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본은 다웨이에 심해항을 개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얀마 내 3곳의 SEZ 중 2곳을 일본이, 1곳을 중국이 개발하고 있는 것이다.
차우퓨와 다웨이 SEZ가 개발을 추진하는 곳이라면 틸라와는 이미 가동되고 있는 미얀마 투자의 ‘현재’다. 이희상 KOTRA 양곤무역관장은 일본이 선점한 틸라와 SEZ를 “미얀마 투자의 모범답안”이라고 설명했다. 자체 발전소를 지어 전력공급을 안정화했고 도로와 항만 교량 또한 자체적으로 개발·확충하고 있다. A·B존을 합쳐 176만3,575평(583만㎡) 규모인 이곳에는 철강회사 JFE, 오토바이와 자동차를 만드는 스즈키, 기계 업체 료비 등 일본 기업 52곳과 태국 기업 15곳, 대만 기업 5곳 등이 입주해 있다. 한국 기업도 LS전선·아주산업 등 7곳이 들어왔지만 일본 기업들이 대부분이어서 미얀마 시장 공략을 위한 일본 기업들의 전초기지가 되고 있다.
시로조노씨는 “스즈키의 경우 관세 등 각종 혜택 등으로 미얀마 판매량이 매년 두 배씩 증가하며 현지 신차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며 “향후 인도와 중국 시장에 진출하기에도 틸라와는 매우 좋은 위치”라고 말했다.
미얀마에 있는 한 한국 기업 주재원은 “우리 정부도 수출입은행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을 중심으로 투자를 하고 있지만 일본과 중국의 물량공세에 뒤지는 느낌”이라며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규모 차이가 워낙 큰 상황”이라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현지에서 만난 미얀마투자위원회 말라묘뉸 부소장은 “일본의 경우 현지에서 어떻게 사업해야 하는지를 확실히 알고 오는 경우가 많다”고 평가하며 “한국 정부와 기업의 투자가 늘어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양곤=박한신기자 hs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