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왼쪽에서 세번째)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의안과 앞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사이에 둔 여야의 ‘살얼음판’ 대치가 이틀째 이어졌다. 26일 새벽 한때 격한 몸싸움을 펼쳤던 양측은 다소 숨 고르기에 접어든 듯 고성, 멱살잡이, 인간 띠, 밀고 당기기 등 이른바 ‘동물국회’는 재현되지 않았지만 상호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면서 극도의 긴장감이 흘렀다. 특히 우여곡절 끝에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열렸으나 오신환 의원 사보임 적법성 등을 두고 여야가 격돌하면서 결론 없이 끝났다. 여야가 ‘강대강’ 대치만 이어가면서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 지정이 끝 없이 표류하고 있는 모양새다.
자유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각각 의원 총회를 개최하는 등 비상체제를 이어갔다. 한국당은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 지정 추진 과정이 불법으로 얼룩졌다며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개의 저지에 총력을 쏟았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회의장 앞) 대오를 지켜달라”며 당원들을 수시로 독려했다. 민주당 보좌진 총집결 등 돌발 상황이 연출될 수 있는 만큼 긴장의 끈을 놓지 말라는 주문이었다.
더불어민주당 당직자와 국회 관계자들이 26일 새벽 여야 4당의 수사권조정법안을 제출하기 위해 자유한국당 당직자들이 점거한 국회 의안과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장도리와 노루발못뽑이(일명 ‘빠루’) 등이 사용됐다. /연합뉴스
민주당도 이날 오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를 잇달아 열고 한국당의 국회 회의장 점거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 홍영표 원내대표가 오전 중 중진 의원과의 긴급 간담회를 갖는 등 바쁘게 움직였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오늘부터 비상사태다. 절대로 물러설 수 없는 위중한 상황”이라며 패스트트랙 지정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26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이해찬(오른쪽) 대표와 홍영표 원내대표가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을 사이에 둔 여야간 ‘기 싸움’은 여야 4당이 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 검경수사권 조정을 위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이날 접수하면서 양상이 바뀌었다.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3당은 회의실 교체 카드로 사개특위 전체회의를 강행했다. 애초 여야 3당은 오후 8시 220호실에서 사개특위 전체회의를 개의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한국당이 회의장을 봉쇄하자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실로 장소를 옮겨 회의를 열었다.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 지정을 위한 4개 개정안 발의가 완료되는 등 기초작업이 끝나자 양측 ‘두뇌 전쟁’이 절정에 이른 셈이었다. 하지만 사개특위 전체회의는 여야가 오 의원 사보임 적법성 문제 등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시작 한 시간 만에 산회했다. 양측이 격돌하게 된 계기가 된 건 오 의원의 사개특위 전체 회의 참석이었다. 이에 민주당 의원들은 사보임된 만큼 그의 회의 참여가 불가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한국당은 본인 의사와 상관 없이 사보임이 이뤄진 만큼 과정이나 현행법상 문제가 없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맞섰다.
이장우 한국당 의원은 “사보임은 해당 의원이 질병 등 부득이한 사유로 의장의 허가를 받은 경우에 할 수 있다”며 “하지만 오 의원이 질병이 있는 것도 아니고, 부득이한 사유가 있어서 사임한다고 하지 않았는데 강제로 사임한 건 불법”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송기헌 민주당 의원은 “(국회)의장이 사보임을 한 경우에 대한 적법 여부에 대해서는 의장에게 제기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결국 사개특위 전체회의는 “당당하다면, 도둑처럼 숨어서 회의할 수 없다”는 윤한홍 한국당 의원의 발언에 이상민 위원장이 사과를 요구했으나 이뤄지지 않자 산회됐다. /안현덕·하정연·김인엽기자 alway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