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주축으로 한 반(反) 화웨이 동맹이 일고 있는 가운데 캄보디아가 차세대 이동통신(5G)에 화웨이 장비를 채택할 방침이다. 말레이시아·태국·싱가포르 등을 비롯해 동남아시아 주요국들이 잇따라 화웨이와 기술 협정을 맺고 5G 서비스 준비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캄보디아까지 화웨이와 손잡으면서 동남아가 미국의 반(反) 화웨이 캠페인 ‘무풍지대’임을 다시금 증명하게 됐다.
27일(현지시간) 닛케이아시안리뷰에 따르면 훈센 캄보디아 총리는 28일 중국 베이징에서 화웨이 고위 관계자를 만나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예정이다. 훈센 총리는 현재 ‘제2회 일대일로 국제협력 고위포럼’ 참석차 중국에 머물고 있다. 캄보디아는 이번 화웨이와의 MOU를 토대로 내년께 5G 상용화를 추진할 예정이다.
이미 말레이시아·태국·싱가포르·인도네시아 등에 진출해 5G 시험대로 삼고 있는 화웨이는 캄보디아 시장 진출로 한층 아시아 지배력을 확장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화웨이가 네트워크에 ‘백 도어(통신 장비 안에 정보 유출을 가능하게 하는 시스템)’를 심는 방법으로 정보를 탈취해 간다며 반(反) 화웨이 전선을 구축하고 있지만, 보이콧 바람이 아시아권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미국이 통신보안을 이유로 동맹국들에게 화웨이 장비 사용 금지를 요청하면서 호주·뉴질랜드 등은 이에 동참했지만, 아시아 국가 중 정부 차원에서 화웨이 장비 배제를 선언한 나라는 일본이 유일하다.
태국은 지난 2월 5G 테스트 장비로 화웨이 제품을 쓰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CNBC 등 미국 주요 외신은 미국의 오랜 동맹인 태국이 동남아 최초로 화웨이 5G 네트워크를 구축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친미 성향 국가였던 필리핀 역시 통신 사업은 화웨이와 손잡고 있다. 필리핀 주요 통신사업자인 글로브 텔레콤은 2011년부터 화웨이와 네트워크망 구축 등 돈독한 협력관계를 맺고 있고, 5G 서비스 테스트 역시 화웨이에 맡길 예정이다. 말레이시아의 민간 통신사업자들도 화웨이와 5G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고, 싱가포르 주요 통신사업자인 M1도 화웨이와 5G 서비스 테스트에 돌입했다.
동남아 시장 내 화웨이의 승승장구는 뛰어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닛케이아시안리뷰는 “화웨이는 5G 분야에서 경쟁사 대비 기술력이 1년 정도 앞선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데다 장비 가격도 경쟁사보다 10% 이상 싼 것으로 알려졌다”며 “통신 보안 문제도 뛰어넘을 만한 화웨이의 가성비가 동남아 시장 지배력 확장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이 화웨이를 옥죄고 있지만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은 자신만만하다. 그는 “미국의 이런 조치(반(反)화웨이 동맹)가 외려 화웨이의 브랜드 가치를 키워줬다”며 “화웨이는 지난 1·4분기 40개의 5G 네트워크 설치 공사 계약을 맺는 등 수많은 나라와 손잡고 있어 기록적인 매출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화웨이의 올 1·4분기 매출은 지난해보다 39% 늘어난 268억 달러(약 30조 6,136억원)를 기록했다. 화웨이는 그간 주식회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분기매출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이번에 5G 관련 사업에서 큰 성과를 거뒀다며 사상 처음 분기 매출을 공개했다. 화웨이가 이처럼 분기 실적을 이례적으로 공개한 이유 역시 미국의 압력에서 5G 관련 사업이 순항하고 있음을 대내외에 과시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