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당역 1번출구]대선주자 이낙연도 14표 받은 선거가 있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선거'로 불린
5월 8일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
국회 운영·법안 처리 전권…정치적 교두보
‘N수’가 대세, 집 앞까지 찾아가 “한 표 줍쇼”
왕관의 무게…홍영표 원형탈모·우원식 눈물

더불어민주당 차기 원내대표 후보로 거론되는 김태년(사진 왼쪽부터)·노웅래·이인영 의원

강력한 차기 대선 후보로 꼽히는 이낙연 국무총리도 14표를 받은 선거가 있습니다. 바로 당 원내대표 선거입니다. 과거에는 ‘원내총무’로 불리던 원내대표. 국회 교섭단체, 즉 자당 소속 의원들을 대표하는 의원으로 국회 운영, 법안 협상의 전권을 갖습니다. 어떤 법안을 우선 처리할지, 협상 과정에서 어떤 것을 내줄지, 당내 의원들을 어떤 상임위원회에 배정할지, 자당 몫의 상임위원회 간사를 누구로 선임할지 등 막대한 권한을 갖고 있는 만큼 쟁쟁한 정치인들이 원내대표 자리를 ‘정치적 교두보’로 삼아 성장했습니다.

5월 8일로 다가온 더불어민주당 차기 원내대표 선거를 앞두고 김태년·노웅래·이인영 (가나다순) 3인의 후보는 여의도에서 소리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원내대표 선거를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선거’라고 표현합니다. 원내대표 선거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선거라고 불리는 이유, 후보들의 피 튀기는 선거 운동 과정 그리고 원내대표들이 겪을 수밖에 없는 고충 등을 차례로 짚어보려 합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 입장하고 있다./오승현 기자

◇예선 탈락한 이낙연…It ain’t over till it’s over!

지난 2012년 진행된 민주통합당 원내대표 선거. 당시 의원 신분이었던 이낙연 국무총리는 총 14표를 득표해 경선에서 탈락했습니다. 돌이켜보면 당시 원내대표 선거는 ‘별들의 전쟁’이었는데요. 유인태 현 국회 사무총장,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 박지원 현 민주평화당 대표 등이 19대 국회 첫 원내사령탑 자리를 두고 맞붙었습니다.

정치권 관계자들이 원내대표 선거를 가장 어려운 선거라고 입을 모으는 이유는 ‘예측 불허’한 선거이기 때문입니다. 일반 선거와 달리 원내대표 선거는 당내 의원들, 즉 소수의 인원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선거입니다. 그만큼 이념과 계파, 공천, 친소관계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기 마련입니다. 128명 의원들의 표가 어디로 갈지 누구도 장담하기 힘든 이유입니다. 한 초선 의원은 “예전에 모 의원이 어떤 후보를 찍었다는 소문이 돌았는데 대체 어떤 이유에서 그랬는지 아무도 감을 잠지 못했었다”며 “그런데 알고 보니 중학교 동문이라고 하더라. 이 정도로 우리가 표면적으로는 알아채기 힘든 지연이 작용한다”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또 다른 한 중진 의원은 “그간의 의정 활동 과정에서 서로 빚을 진 일이 있을 수도 있고 해외 출장을 같이 가서 친해졌을 수도 있다”며 “섣불리 결과를 예단할 수 없는 이유”라고 말했습니다. 아무도 모르는 그들만의 특수 관계가 영향을 미치는 선거.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미국의 야구 전설 요기 베라의 격언이 떠오릅니다.

26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가 열리고 있다./연합뉴스

◇내 편은 ○, 부동층은 △, 상대 편은 X…피곤한 세모들

원내대표 후보 캠프는 거의 매일 표 계산을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한 중진 의원은 “보통 자신을 찍어줄 가능성이 높은 의원들은 동그라미, 부동층은 세모, 안 찍어줄 거 같은 의원들은 엑스 표로 분류해 설득 우선순위를 정한다”며 “가능성의 정도에 따라 동그라미 세 개, 두 개, 한 개 이런 식으로 세분화한다”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세모, 즉 부동층으로 분류된 의원들은 집중 공략 대상에 해당합니다. 한 초선 의원은 “예를 들어 엑스 표 세 개 의원으로 분류되면 후보들이 만나려는 시도도 안 할 텐데 나 같은 세모들은 모두의 공략 대상이라 피곤하다”고 곤란함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후보들은 특정 계파에 속한 의원들을 ‘익명 투표’라는 점을 강조해 설득하기도 합니다. 한 국회 관계자는 “특정 계파에 속해 지지 후보가 확정적으로 보이는 의원들에게는 ‘어차피 익명이니 그냥 뽑아주면 안 되냐’고 읍소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N수’는 기본…집 앞까지 찾아가 “올 때까지 기다릴게”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에는 N수 성공 공식이 있습니다. 홍영표 원내대표가 대표적인 재수생 출신 원내대표입니다. 1년 전 원내대표 선거에서 우원식 전임 원내대표에게 7표 차로 석패한 경험이 있습니다. 우원식 전 원내대표 역시 재수생 출신입니다. 지난 2016년 당시 2차 결선 투표에서 7표 차로 우상호 전 원내대표에게 패배의 쓴맛을 경험했습니다. 전병헌·우윤근 전 원내대표도 재수 끝에 원내사령탑 자리에 오른 케이스입니다.

이번 원내대표 선거에는 ‘3수생’도 있습니다. 바로 노웅래 의원입니다. 지난해 원내대표 경선에서 홍영표 현 원내대표와 맞서 38표를 얻기도 했는데요. 3수생인 만큼 그 열정이 대단합니다. 재작년부터 꾸준히 새벽마다 진행되는 의원들의 토론회를 찾고, 식사 자리를 마련하는 등 가장 오랜 기간 표밭을 갈아왔습니다. ‘찾아가는 서비스’로도 유명합니다. 한 초선 의원은 “노 의원이 집 앞으로 찾아와 전화를 걸어온 적이 있다”며 “지역구 사무소는 많이들 찾아오곤 하는데 집 앞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전했습니다. 노 의원에 비해 다소 선거 운동에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김태년·이인영 의원도 요즘은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 의원은 ‘화이트데이(3월 14일)’에 여성 의원들에게 초콜릿과 손편지를 선물하기도 했다는 후문입니다. 김 의원도 각종 토론회, 지역 사무소 등을 찾아 의원들과의 접촉면을 넓히고 있습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2017년 6월 22일 국회에서 열린 여야 4당 원내대표 회동 결과를 발표하던 중 울먹이며 말을 잇지 못하고 있다./연합뉴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6일 새벽 공수처 법안 제출을 놓고 벌어진 국회 의안과 앞 몸싸움에서 물러나 숨을 돌리고 있다./연합뉴스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입병에 원형 탈모까지

“제가 정말 한 달 동안 참고 참으면서 얘기를 들었습니다. 정부가 안정적으로 하려고 얘기를 해왔는데 (눈물을 닦으며) 자유한국당 너무하지 않습니까. 국민의당에도 섭섭합니다.” 지난 2017년 6월 문재인 정부 첫 추가경정예산안 협상을 전담했던 우원식 전 원내대표는 합의가 결렬된 직후 기자간담회를 열어 울분을 터트렸습니다.우 전 원내대표는 이 자리서 감정이 북받쳐오는 듯 눈시울이 불거져 손으로 눈가를 훔쳤고, 떨리는 목소리에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기도 했습니다. 집권여당 원내대표가 겪는 심적 고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홍영표 현 원내대표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홍 원내대표는 임기 동안 대야 협상에 더해 당내 의원들을 설득, 단속하는 과정에서 애를 먹은 원내대표이기도 합니다. 인터넷은행특례법 처리 과정에서는 당내 반대파 의원들을 설득하는 데 큰 힘을 썼고, 원내수석부대표직을 맡았던 서영교 원내수석부대표의 재판 개입 의혹, 손혜원 의원의 목포 부동산 투기 논란 등으로 마음 고생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 결과 극심한 스트레스로 원형 탈모에 입병까지 얻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월 민주당 원내대표단과 청와대에서 오찬을 한 뒤 홍 원내대표에게 “방송에서 보면 머리도 많이 빠지고 눈에 실핏줄도 터진 모습을 보면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한다”고 위로하기도 했습니다.


◇Who‘s Next?

차기 원내대표는 1년 뒤 총선이라는 중요한 이벤트를 치러야 하는 만큼 ‘잘해야 본전’이라는 부담도 크지만, 공천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적 존재감을 마음껏 과시할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세 주자들 사이에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승부가 펼쳐질 것으로 보입니다.
/하정연기자ellenah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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