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월6~11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IFA 2019’에는 화웨이·샤오미 등 중국 정보기술(IT) 업체들이 대거 참석해 신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사진제공=IFA
최대 프리미엄 시장으로 통하는 유럽 가전 시장에서 중국 기업의 거센 도전이 임박했다는 진단이 나왔다. 중국이 유럽 업체에 대한 적극적인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유럽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현지 사정에 밝은 유통 전문업체와 협력 강화가 시급하다는 충고다.
지난 25일(현지시간)부터 28일까지 스페인 남부 도시 우엘바에서 열린 ‘IFA 글로벌 프레스 콘퍼런스(GPC) 2019’에서는 하이센스를 비롯해 하이얼·TCL 등 중국 가전 업체가 가장 두드러졌다.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인 IFA의 사전행사 격인 ‘IFA GPC 2019’가 유럽에서 출사표를 발표하는 중국 업체의 무대로 활용됐다는 분석이 많았다. 옌스 하이데커(사진) IFA 조직위원회 총괄 사장은 한국 취재진과의 인터뷰를 통해 “글로벌 시장 개척에 혈안인 중국 업체들이 유럽을 주목하고 있다”며 “최근 중국 기업들이 유럽 회사를 인수해 시장 영향력을 높이는 시도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미 중국 업체들은 (유럽에서 자리 잡은) 기존 회사들과 같은 경쟁 선에 서 있을 만큼 성장했다”고 지적했다.
옌스 하이데커 IFA 조직위원회 총괄 사장
실제 하이얼은 2016년 미국 GE 가전 부문을 인수한 데 이어 올 초에는 이탈리아 가전 명가 캔디와의 합병을 마무리했다. 하이얼은 이번 행사에서도 서유럽에서 가전 점유율을 3위로 끌어올리겠다는 비전을 드러냈다. 하이얼과 함께 중국의 3대 가전 기업으로 꼽히는 메이디도 이탈리아 에어컨 업체, 독일 로봇 제조업체를 연거푸 사들이는 등 중국 업체들은 유럽의 기술 역량 흡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중국의 반도체 기업 M&A 시도가 미국 등의 견제로 번번이 좌절되는 것과는 확연히 다른 양상이다. 가전의 기술장벽이 반도체보다 낮다는 점에서 우리 기업으로서는 예사로이 봐서는 안 되는 대목이다. 하이데커 사장은 “기술력만 보면 한국은 선도기업”이라면서도 “다만 (중국 추격, 유럽 견제 등으로) 시장이 훨씬 경쟁적으로 바뀌고 있으며 특히 중국 업체들이 삼성과 LG 전략을 주도면밀하게 살피고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업체들이 소비자 접점 확대에 신경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이데커 사장은 “소매 유통을 장악해야 승산이 있다”며 “종합예술이라는 가전 시장에서는 소비자의 신뢰를 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가전 시장에서 5세대(5G) 영향력과 관련해서는 “올해 IFA에서도 5G 이슈가 등장할 것”이라며 “다만 사용자층이 좁아 자리를 잡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봤다. 결국 어떻게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우엘바=이상훈기자 shle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