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일 차기 과총 회장. /사진=서울경제 DB
“군으로 치면 일반 부대를 특수부대로 바꾸는 것처럼 교육도 기존의 방식에서 완전히 탈피하고 과학기술에 대한 일반의 이해 수준도 대폭 높여야 합니다.”
이우일(65·사진) 차기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장(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은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비슷한 수준의 IQ를 가지고 있어도 각자 능력이 다른데 지금까지는 차이를 뭉뚱그려 평균으로 만들고 거기에 맞게 일반 교육을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개인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아 특수부대원으로 키워내지 못하면 4차 산업혁명 시대 인재 전쟁에서 지게 된다는 얘기다.
그는 오는 5월14~16일 서울 광진구 광장동 그랜드&비스타워커힐서울에서 ‘다시 기초과학이다:대한민국 혁신성장 플랫폼’을 주제로 열리는 ‘서울포럼 2019’의 부대행사인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시상식에서 ‘혁신, 과학기술&교육’이라는 주제로 특강을 한다.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고 한국연구재단과 본지가 공동 주관하는 ‘이달의 과학기술인상’과 ‘올해의 과학상·공학상’ 심사위원장을 맡고 있다. 604개의 과학기술 학회와 단체를 망라한 과총의 김명자 회장에 이어 내년 3월부터 임기 3년의 차기 회장직을 맡는다.
이 차기 회장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스티븐 스필버그, 리처드 브랜슨, 스티브 잡스 등 천재급 인재의 공통점이 뭐냐는 질문을 던지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바로 난독증을 겪었던 인물들로 우리나라에서는 낙오자로 치부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능은 한 가지 측면만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들처럼 공상을 현실화하기 위한 교육혁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어느 만화가가 지난 1965년에 그린 2000년과 오늘날 그린 2041년의 공상과학(SF) 세상을 보여주며 이런 상상력을 추구하는 교육이 돼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아이폰이 불과 12년 전 처음 나왔고 인터넷은 20년이 조금 넘었다. 인공지능(AI) 등 정보기술(IT)과 바이오기술(BT)이 경제·사회 전반에 근본적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며 “불확실성의 시대일수록 과학기술과 교육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인구 절벽, 청년실업, 양극화, 성장률 하락, 산업구조의 변화 등으로 인해 패러다임의 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인구 문제의 경우 개선 노력과 함께 앞으로 잉여노동력도 많이 발생하게 된다는 점에서 발상의 전환도 주문했다. 과학기술인에게는 예전에 경험하지 못한 환경·에너지 문제에 직면해 사회와 유리돼서는 안 된다며 소명의식을 힘줘 말했다.
기업도 패러다임을 서둘러 바꿀 것을 주문했다. 실제로 미국 기업들은 1975년 장비·설비 등 유형자산이 83%, 노하우 등의 무형자산이 17%의 비중이었는데 2009년에는 유형자산이 19%에 불과한 데 비해 무형자산이 81%로 바뀌었다.
세계적인 교육혁신 사례도 들었다. 실례로 미국 올린공대는 1학년부터 과제 기반 프로젝트를 하고 필요한 교과목은 각자 수강한다. 캠퍼스가 없는 미네르바스쿨은 온라인 교육을 하며 학생은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배운다. 하버드대나 매사추세츠공과대(MIT)보다 입학하기 어렵다. 지식과 상상이 아이디어를 낳는다고 보는 스탠퍼드대는 기술산업화 등 사회적으로 큰 기여를 한다. 코딩 교육을 하는 프랑스의 에콜42는 교수·교과서·학비 없이 서로 토론하며 배운다. 그는 “근사록에 ‘새로워지지 않는 자는 반드시 퇴보한다’고 돼 있다”고 소개했다.
한편 그는 19세기 중반 중국과 일본의 패러다임 변화를 들며 가장 어려운 일은 새로운 생각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가지고 있던 생각을 버리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중체서용(中體西用)을 내세운 중국은 제도와 문물은 지키되 서양의 과학기술만 받아들이려 했고 화혼양재(和魂洋才)의 일본은 일본 정신만 빼고 완전히 바꾸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1954년 서울 △서울대 기계공학 학사·석사 △미국 미시간대 기계공학 박사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 △서울대 공대 학장 △한국공학한림원 부회장 △서울대 연구부총장 △2017년~ 과총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