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론직설] "내년 상반기 중국發 금융위기 가능성...美경기도 침체 돌아설것"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주임교수
中 과잉투자 해소 불가피...美국채 매각이 신호탄
韓도 잠재성장률 2% 아래로 떨어져 디플레 진입
'소비·투자·정부지출' 묶은 소비부양정책 나서야

김영익 서강대 교수는 늦어도 내년 상반기 글로벌 금융위기가 올 수 있으며 그 진원지는 중국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교수는 “경기 하강 국면에 대비해 소비와 투자, 정부지출을 묶어 소비부양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호재기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 국채 매각을 지시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금융 강국을 추구하는 중국은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달러화 가치를 흔들어보려고 할 수 있습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주임교수는 사회생활 대부분을 증권사 애널리스트로 보냈다. 그는 지난 2000년 정보기술(IT) 거품으로 인한 주가 폭락과 2001년 9·11테러 전후의 주가 흐름 등을 맞혀 족집게 분석가로 이름을 날렸다. 애널리스트로 있으면서 2008년 금융위기를 예측한 바 있는 그가 이번에는 학자로서 두 번째 금융위기를 경고하고 나섰다. 그는 두 번째 금융위기의 진원지로 중국을 지목하며 금융위기의 시작을 알리는 시나리오로 중국의 미국 국채 매각을 제시했다.

-중국의 미국 국채 매각, 가능성이 있나.

△중국이 가지고 있는 미국 국채는 1조1,600억달러 정도 된다. 물론 이 국채를 내다 팔면 채권 가격은 폭락한다. 중국이 보유한 자산의 가치가 폭락한다는 얘기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이 (미국 국채를 내다 파는) 어리석은 짓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많은 사람이 생각한다. 하지만 덩샤오핑은 “창문을 열면 파리가 들어오지만 햇빛과 맑은 공기도 함께 들어온다”고 말했다. 파리가 들어오는 정도는 감수하고 창문을 열 수 있다는 뜻이다. 중국 경기는 계속 하강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해 과잉투자를 했고 이 부분을 언젠가는 구조조정해야 한다. 구조조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미국 국채 매각을 생각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위안화 국제화 등 금융 강국을 추구하는 입장에서 어차피 미국과의 갈등이 커질 수밖에 없는데 이로 인한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이번 기회에 달러화 가치를 흔들어보려고 할 수 있다.

-중국 경제가 어느 정도 나빠지고 있나.

△금융위기를 맞은 이듬해인 2009년 세계 경제는 0.4%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마이너스 성장은 1970년 이후 처음이었다. 이때 중국은 9% 성장했다. 중국이 자본주의를 구제했다는 얘기가 돌았다. 이렇게 된 것은 중국 기업이 투자를 많이 했기 때문이다. 투자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세계 평균 20%일 때 중국은 48%까지 올라갔다. 이는 곧 기업의 과잉투자를 뜻한다. GDP 대비 기업부채는 120%가 넘었다. 기업의 과잉투자를 비롯해 부동산 거품과 그림자금융 등 구조적인 문제들이 어느덧 중국 정부가 통제하기는 힘든 수준까지 왔다. 최근 만나본 중국 관리들은 정부가 인민은 통제할 수 있어도 시장은 통제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문제가 쌓일 만큼 쌓였고 여기에 더해 미국과 무역갈등까지 빚고 있다. 최근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책으로 주가가 다시 오르고 있지만 이는 역으로 문제를 더 쌓아가는 셈이다. 늦어도 내년 상반기쯤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 상황을 맞을 것이다. 우리는 외환위기 때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강제적인 구조조정을 당했다. 이를 통해 그때까지의 과잉투자 등 문제를 해결했다. 중국은 자기 손으로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 만큼 속도가 더디다. 중국은 구조조정을 통해 연착륙을 유도하려 하겠지만 이제껏 금융 문제는 연착륙으로 해결된 사례가 별로 없다. 대개 거품이 발생한 뒤 갑자기 붕괴하면서 해결된다.

-미중 무역갈등은 해결 국면으로 가고 있지 않나.

△미국은 단순히 무역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갈등 국면을 만든 것이 아니다. 미국은 최종적으로 금융시장 자유화를 요구할 것이다. 2011년 이후 중국이 미국과의 교역으로 기록한 무역흑자가 4조8,000억달러에 달한다. 미국은 이 돈을 다시 돌려받아야 하는데 그냥 물건을 만들어 파는 것으로는 불가능해졌다. 중국은 ‘제조 2025’를 외치며 이미 제조 강국의 반열에 올라서고 있지 않나. 미국이 중국보다 잘하는 것은 금융이다. 미국은 금융업을 통해 중국에 흘러간 4조8,000억달러를 회수하려 들 것이다.

-금융위기가 두 강대국의 충돌에서 비롯된다는 뜻인가.

△이른바 ‘투키디데스의 함정’으로 설명할 수 있다. 기존 패권국가와 빠르게 부상하는 신흥 강대국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의미하는 것으로 원래 아테네와 스파르타의 전쟁에서 유래했는데 요즘에는 미국과 중국의 충돌 상황을 설명하는 데 쓰인다. 중국은 위안화 국제화 등 금융 강국을 거쳐 군사 강국을 추구할 것이다. 미국은 이런 중국을 칠 수밖에 없다. ‘예정된 전쟁’이라는 책을 보면 역사에서 신흥국이 강대국을 위협하는 열여섯 번의 사례 가운데 열두 번이 전쟁으로 끝을 맺었다. 이 책에도 중국이 미국 국채를 파는 시나리오가 나온다. 미국은 이에 대응해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을 전면 금지하고 중국은 미국 금융회사를 사이버공격한다. 미국은 중국 상하이가 사이버공격을 조종한다며 군사공격을 감행해 미중 전쟁이 일어난다.

-미국 경기는 확장 국면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경기 순환 사이클로 볼 때 2009년 6월 저점을 찍은 후 10년간 확장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기존에는 1991년부터 2001년까지의 10년이 가장 긴 확장 국면이었다. 단기적으로 침체지표가 보이지 않는 이번 확장 국면이 역사상 가장 길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1년 후를 보면 지표가 나빠질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장단기 금리 역전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10월 5년 국채 금리가 2년물보다 낮아졌다. 이로 인해 경기가 나빠질 것으로 예상한 투자자들이 증시에서 손을 빼 당시 증시가 급락했다.

-장단기 금리 역전이 침체의 전조현상인가.


△그렇다. 나는 10년물과 2년물 금리를 본다. 2006년 하반기부터 10년물 금리가 2년물보다 낮아졌다. 당시 증권사에 근무하면서 미국 시장의 부동산 거품을 얘기하며 2007년께 금융위기가 올 수 있다고 경고했는데 일부 지점장들은 나 때문에 영업이 되지 않는다고 원망해 힘들었다. 2007년 상반기에는 투자자로부터 밤길 조심하라는 협박까지 받았다. 하지만 예상보다 조금 늦었을 뿐이지 2008년 금융위기가 왔다.

-미국 경기침체가 오면 그 시기는 언제일 것으로 내다보나.

△아직은 각종 지표가 마이너스로 돌아서지 않았다. 지금은 플러스지만 플러스의 폭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 성장률을 포함한 각종 지표가 둔화 국면을 거쳐 내년 상반기 중에 2분기 연속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다.

-1·4분기 미국 성장률 전망치가 반등하고 있다. 이것은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미국의 3월 미국 공급관리자협회(ISM) 제조업지수는 전월 대비 상승했다. 1·4분기 성장률도 애초 전 분기 대비 1%가 채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최근 들어 2.4%까지 전망치가 올라왔다. 이 영향으로 뉴욕증시가 오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등산으로 치면 하산할 때 잠깐 언덕을 만나 다시 오르는 것과 같다. 뉴욕증시가 지금 전 고점을 돌파하고 있다. 증시는 경기에 선행한다. 증시가 먼저 정점을 치고 그다음 경기가 정점을 친다. 1960년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정점을 친 뒤 11개월간 23% 하락했다. 2007년 12월 정점을 찍었을 때는 이후 17개월간 49% 내렸다. 이런 일이 다시 나타날 것이다. 지금 주가는 반등하지만 조만간 정점을 거쳐 하락하고 그다음 경기 정점 이후 추가로 20% 이상 내릴 것이다. 지난해 10월 주가가 20% 정도 하락한 것은 전조로 해석할 수 있다. 그때는 경기 정점이 아직 오지 않았다. 이번이 마지막 사이클이다.

-미국에 급격한 경기침체가 오면 2008년 금융위기 때처럼 해결할 수 있을까.

△2008년 금융위기는 미국 가계가 돈을 너무 많이 빌린 데서 비롯됐다. 기업도 돈을 빌려 투자를 많이 했다. 가계와 기업이 소비와 투자를 급격히 줄이면서 위기가 찾아온 것이다. 그때는 금리 인하, 양적완화 등 통화정책을 통해 문제를 해결했다. 지금은 금리 인하 여력이 없다. 재정정책도 쉽지 않다. 그때는 정부가 돈을 많이 썼다. 연방정부 부채가 2007년 GDP 대비 60%에서 지금은 105%까지 올랐다. 더구나 지금은 하원을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어 더 어려워졌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마지막 방법으로 환율정책을 펼 것이다. 미국 경제의 역사는 달러 가치 하락의 역사다. 경제가 어려워질 때마다 달러 약세를 유도했다. 1985년 플라자합의가 대표적이다. 미국은 2000년 IT 거품 때도, 2008년 금융위기 때도 환율정책을 썼다. 이번에도 환율정책을 쓸 가능성이 높다.

-미국과 중국 경제 모두 내년 상반기 내에 나빠진다면 우리는 어떤가.

△당연히 나빠질 수밖에 없다. 잠재성장률이 계속 내려가고 있다. 현재 2.9%로 추정되는 잠재성장률이 5년 내 2% 중반대, 10년 내 2% 이하로 내릴 것이다. 미국은 물가가 2% 올라도 디플레이션을 우려하는데 우리는 0.5% 수준이다. 일본이 1990년대 그런 것처럼 디플레이션으로 가고 있다. 올해 수출을 보면 품목 중에서 가장 비중이 큰 반도체가 완전히 꺾였다. 수출국가 중 가장 큰 중국도 급감했다. 수출은 올해 연간 기준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다. 실질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55%인데 그렇다면 성장을 주도할 것이 없다. 기업은 627조원의 현금성 자산을 갖고도 투자하지 않는다. 가계는 부채 때문에 소비는 꿈도 꾸지 못한다.

-대책은 뭐가 있나.

△경제주체가 각자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 지금은 성장률이 잠재성장률보다 낮으니 수요를 부양해야 한다. 정부가 강조하는 소득주도 성장은 가계에 한정돼 있다. 가계의 소비, 기업의 투자, 정부의 지출을 한데 묶어 수요부양정책으로 확대 개편해야 한다. 정부는 교육에 돈을 써 생산성 증가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지금처럼 가난한 사람에게 돈을 주는 식은 곤란하다. 기업은 이윤 극대화에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꿔야 한다. 투자에 나서고 고용을 늘려야 한다. 지금 경제주체 가운데 부자는 기업이고 따라서 기업이 사회에 기여해야 한다. 정부는 이를 독려해야 하는데 반대로 기업의 의욕을 꺾고 있다. 지금 정부는 재벌이나 대기업을 싫어한다는 인식이 퍼져 있는데 이를 바꾸는 노력을 해야 한다. 가계는 디플레이션 시대를 대비해 부채를 줄여야 한다. 정년이 됐다고 은퇴하는 시대는 끝났다. 죽을 때까지 일해야 한다. 근로소득이 최고다. /한기석 논설위원 hanks@sedaily

김영익 서강대학교 교수./이호재기자

He is…

1959년 전남 함평에서 태어나 전남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서강대 경제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8년 대신증권에 입사해 대신증권과 하나대투증권에서 리서치센터장을 역임했고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소장을 거쳤다. 여의도 증권가에서 ‘역대 최다 베스트 애널리스트상 수상’ 기록을 세웠다. 2010년 한국창의투자자문 리서치대표로 자리를 옮겨 랩어카운트 투자 열풍을 일으켰다. 한국은행 통화정책 자문위원을 했고 현재는 서강대 경제대학원 주임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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