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차방정식 된 北비핵화] 金·푸틴 만나자...아베에 '비핵화 개입' 길 터준 트럼프

아베 만난 트럼프 "북일 정상회담 실현에 협력할 것"
習·푸틴은 북러회담 결과 공유하며 비핵화 방식 논의
北은 판문점선언 1주년에 南 비난...文 중재외교 험로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7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스털링에 있는 트럼프 대통령 소유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골프를 즐기고 있다. /아베 총리 트위터 캡처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6일 오후 강원도 고성군 DMZ 평화의길을 산책하며 주변 둘레길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고성=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러 친선외교에 나서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베 신조 일본총리와의 친밀관계를 과시했다.

미국이 북중러 연대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을 끌어들이면서 비핵화 협상은 ‘고르디우스의 매듭’처럼 풀기 어려운 고차방정식이 되고 있다. 특히 북한의 비핵화 협상이 미·중·일·러의 동북아 패권경쟁과 맞물려 있는 만큼 ‘하노이 노딜’에 따른 현재의 북미 간 교착 국면은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미국 워싱턴에서 26~27일(이하 현지시간) 1박2일 회동을 통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대북제재 유지 방안을 중점적으로 논의했다. 두 정상은 26일 백악관에서 2시간가량 정상회담을 가진 데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의 생일파티를 겸한 부부 동반 만찬도 함께했다. 두 정상은 이틀째인 27일에는 버지니아주 스털링에 있는 트럼프 대통령 소유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골프를 함께하는 등 동맹관계를 넘어선 돈독한 관계를 자랑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미일 정상회담에서 아베 총리의 숙원인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한 북일정상회담 실현에 “전면적으로 협력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져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일본의 개입을 시사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첫날 정상회담 후 아베 총리는 기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과 향후 북미(협상) 프로세스를 전망하고 진행 방식을 놓고 상당히 심도 있는 논의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본 입장에서는 한반도 비핵화를 향한 적극적인 역할을 다하겠다는 결의”라고 했다.


미일의 밀착은 전통적 우방인 중러와의 친선을 통해 대북제재 공조 전선을 흔들려는 김 위원장의 전략을 사전에 봉쇄하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된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26일 기자들과 만나 러시아와 중국이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미국을 돕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러정상회담과 관련해 “그(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역시 그것(비핵화)이 이뤄지는 것을 보길 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러시아와 중국이 우리를 돕고 있는 데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우군’ 프레임은 동북아의 패권경쟁과 맞물려 있는 비핵화 협상판에 중국과 러시아가 적극 개입하는 데 따른 복잡한 속내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중러와 미국은 표면적으로는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을 강조하며 협력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이 지역의 패권을 두고 경쟁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6일 정상회담을 통해 북러 정상회담 결과를 공유하고 한반도 정세를 논의한 것도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한다.

중국·러시아·일본이 비핵화 협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우리 정부의 중재외교도 시험대에 올랐다. 특히 북한의 대남 비난 수위가 높아지고 있어 북미대화 재개를 위해 4차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 문 대통령은 판문점선언 1주년 기념행사 영상메시지를 통해 “새로운 길이기에, 또 함께 가야 하기에 때로는 천천히 오는 분들을 기다려야 한다”며 “때로는 만나게 되는 난관 앞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함께 길을 찾아야 한다”고 밝혀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판문점선언 1주년 행사에 불참한 북한은 축소된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문제 삼아 “침략전쟁 연습”이라며 남한 당국을 비난했다.

북한 비핵화 문제가 고차방정식으로 변모하고 있는 한복판에 위치한 한국은 조바심을 버리고 실용적인 상황 대응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제언한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 교수는 “북한이 응하지 않으면 너무 조바심을 내지 말고 시간을 갖고 풀어가야 한다”며 “우리 정부가 남북정상회담보다 빨리 움직여야 하는 것은 주변 관계인데 한일관계는 엉망이고 중국과의 관계도 안 좋다. 그 부분부터 빨리 복구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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