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진(앞줄 왼쪽 다섯번째) 대구시장과 대구 8개 구·군 단체장 및 시의회 의장들이 지난 25일 대구시청에서 ‘신청사 건립의 성공추진을 위한 협약’을 맺은 뒤 협약서를 펴보이고 있다. /사진제공=대구시
“시청을 현 위치인 대구 중구에 존치하는 것에 대한 타당성 검토를 먼저 해야 한다. 이 절차 없이 신청사 건립을 논의하는 것에는 참여할 수 없다”
지난 25일 대구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신청사 건립의 성공추진을 위한 협약식’에 참석한 류규하 대구 중구청장은 신청사건립추진공론화위원회가 진행 중인 절차에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하며 서명을 거부한 채 퇴장해 버렸다.
류 구청장은 “시청이 중구에서 빠져나가면 중구의 공동화는 극에 달할 것”이라며 “신청사 건립은 중구에게 생존이 걸린 문제”라고 주장했다.
해묵은 현안인 대구시 신청사 건립이 올 한해 대구의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권영진 대구시장이 “올 연말까지 신청사 건립 문제를 반드시 매듭짓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지난 1993년 대구 중구 동인동에 건립된 현 대구시 청사는 낡고 업무·민원 공간이 부족해 신축하거나 이전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아직 신청사 건립을 위한 본격적인 공론화 과정에 들어가지도 않았지만, 시청사를 지키려는 중구와 시청사를 유치하려는 다른 기초지자체 사이에 물밑 신경전이 치열하다. 저마다 자신의 지역이 최적지라는 자체 용역 결과를 내놓고 홍보전에 나서는 등 벌써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날 행사도 신청사 건립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공론화위원회가 갈등과 분열 때문에 신청사 건립이 다시 좌초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공정한 경쟁 분위기 조성을 위해 마련했다.
하지만 류 청장의 갑작스러운 퇴장으로 출발부터 삐걱거리는 모양새를 보였다.
공론화위원회는 올 연말까지 신청사 예정지를 확정할 방침이다.
국토연구원·대구경북연구원이 참여한 연구용역을 통해 오는 9월까지 후보지 신청 기준 및 예정지 선정 기준을 마련한다. 이후 11월까지 대구 8개 구·군을 대상으로 후보지 접수 신청을 받고 이어 평가 대상지 2∼3곳을 추려낸다. 12월부터 시민참여단(250명)이 대상지 평가에 들어가 올 연말까지 예정지를 최종 확정·공고하는 것이 로드맵이다.
현재 시청사 유치전은 중구를 비롯해 북구·달서구·달성군 등 크게 4파전 양상을 보인다.
중구는 현 시청부지, 북구는 옛 경북도청부지, 달서구는 옛 두류정수장부지, 달성군은 화원읍 설화리 한국토지주택공사 분양홍보관 용지를 각각 신청사 후보지로 내세우고 있다
신청사 건립은 이미 지난 2004년부터 논의됐다.
지난 2004년과 2010년 두 차례나 시청사 건립을 위한 타당성 조사 및 기본구상 용역을 진행했으나 후보지 간 과열 양상을 빚으면서 입지를 선정하지 못했다. 용역을 통해 이전부지의 규모와 각 유력 후보지별 장단점 등이 제시됐으나 입지에 대한 결론은 내리지 못한 것이다.
당시에는 신청사 건립을 위한 재정 여력도 충분하지 않았다. 신청사 건립비는 약 3,000억원(부지 매입비 제외)으로 추산되고 있다.
시는 지난 2012년 50억원을 시작으로 해마다 약 200억원을 적립하며 지난해까지 모두 1,308억원의 신청사 건립 기금을 모았다.
대구시 관계자는 “앞으로 5년간 건립 기금을 2,500억원까지 확충하고 나머지는 지방행정공제회 청사정비기금 융자 등을 활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태일 공론화위원회 위원장은 “신청사 건립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공유해 시민이 신청사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즐겁게 참여하도록 할 것”이라며 “분열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만큼 상호 신뢰와 함께 과열유치 행위를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대구=손성락기자 ss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