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치' 조선의 정치→현 시대 비판, '묵직 울림' 명대사 BEST6

SBS ‘해치’에서 정쟁을 제대로 다룬 ‘갓이영표 명대사’가 현실을 날카롭게 꼬집으며 안방극장에 묵직한 울림을 전하고 있다.

사진= SBS ‘해치’

SBS 월화드라마 ‘해치’(극본 김이영/연출 이용석/제작 김종학프로덕션)가 매회 눈 돌릴 틈 없는 스펙터클한 전개와 명품 배우들의 묵직한 열연으로 동 시간대 1위를 굳건히 하며 월화 강자의 자리를 확고히 하고 있다.

금주 종영을 앞둔 ‘해치’는 매회 촌철살인 대사로 시청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어왔다. 조선의 정치를 통해 현 시대를 떠올리게 하며 통렬한 울림을 선사한 것. 이에 되새길수록 뼈 속 깊이 스며드는 ‘김이영표 명대사’를 짚어 봤다.

# 이경영, “혐의를 입증할 단 하나의 단서조차 없는 이곳에서 다시 피가 뿌려지는 것을 소신은 납득할 수 없사옵니다”

29-30회, ‘노론의 실세’ 민진헌(이경영 분)은 이금(=영조, 정일우 분)을 왕세제로 인정할 수 없기에 그를 살해하려까지 했지만 더 이상 조정에 복수와 권력으로 인한 피를 보지 않기 위해 그의 편에 섰다. 민진헌은 살인 누명을 쓴 이금의 추국을 막으며 “세제께서는 그 어떤 혐의도 없기 때문입니다. 어디서 많이 본 광경 아닙니까? 숱하게 반복된 일이 아닙니까? 혐의를 입증할 단 하나의 단서 그것조차 없는 이곳에서 다시 피가 뿌려지는 것을 소신은 납득할 수 없사옵니다”라고 전해 안방극장에 소름끼치는 반전을 선사했다.

# 권율, “불길이 제 몸까지 번져야, 조금은 뜨거운 줄 아실테니까”

29-30회, 박문수(권율 분)는 ‘방주감찰’ 위병주(한상진 분)이 사헌부 동료인 한정석(이필모 분)의 죽음을 은폐한 사실을 밝히려 했다. 그러나 사헌부 고위 관료들은 내부 고발이 제 몸에 기름을 붙는 일이라며 이를 막아 섰다. 이에 박문수는 “사헌부에 기름을 부으려는 거 맞습니다. 불길이 제 몸까지 번져야, 조금은 뜨거운 줄 아실테니까”라며 소리쳤다. 죄를 뉘우치지는 것이 아닌 진실을 덮기만 하려는 추악한 고위 관료들의 만행에 대한 따끔한 일침이 시청자들의 속을 뻥 뚫어주었다.

# 정일우, “무엇을 할지, 어떻게 할지, 지금 중요한 건 이것이오. 누가 하는 지가 아니라, 좌상의 말대로 백성을 지키는 건 왕과 중신 모두의 일이니까”


39-40회, 조선에 괴병이 퍼졌고 백성들은 두려움에 폭동을 일으켰다. 이를 잠재우기 위해 영조는 직접 활인서에 행차했다. 위험을 무릅쓴 행차 소식에 민진헌이 충언하자 영조는 “왕인 내가 나선 것은 한편으론 무책임한 일이란 걸. 허나 내가 직접 나서지 않았다면 폭동 직전의 민심을 잡을 수 있었겠소?”라고 반박한다. 이어 “무엇을 할지, 어떻게 할지, 지금 중요한 건 이것이오. 좌상. 누가 하는 지가 아니라. 좌상의 말대로 백성을 지키는 건 왕과 중신 모두의 일이니까”라고 전해 전율을 선사했다. 대안 없는 싸움과 서로를 향한 공격만을 일삼는 중신들을 따끔하게 지적하는 대사였다.

# 박훈, “누가 나라의 주인이 되든 상관 없는 자들도 있습니다. 눈 앞의 쌀 한 톨이 더 중요한 것을요. 저들을 그렇게 만든 것 또한 이 나라인 것을요”

41-42회, 이인좌(고주원 분)의 난으로 반란군이 도성을 향해 빠르게 진격해 오고 있었다. 특히 밀풍군(정문성 분)은 재산을 뿌려 민심을 사고, 관군을 회유해 도성으로 가는 길목을 열었다. 박문수는 “관군들이 어찌 저항도 없이 역당에게 길을 내준단 말인가”라며 분노했다. 이에 달문(박훈 분)은 “누가 나라의 주인이 되든, 상관없는 자들도 있습니다. 눈앞의 쌀 한 톨이 더 중요한 것을요. 저들을 그렇게 만든 것 또한 이 나라인 것을요”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내비쳤다. 권력을 향한 끝없는 욕망과 이로 인해 반복되는 참사가 그려지며 보는 이들에게 씁쓸함을 자아냈다.

# 이경영, “지금 전장에 나가는 건 단 한번도 권력을 누려보지 못한 이들과 백성들이지”

41-42회, 대물림된 권력이 오랫동안 나라의 권세를 휘두르며 끝내 곪았던 사건이 터졌다. 이인좌를 필두로 소외된 남인들이 반란을 일으킨 것. 조선을 뒤흔드는 반란으로 인해 백성들은 피신을 갔고, 곳곳에 전투가 벌어졌다. ‘우상’ 조태구(손병호 분)는 “오랫동안 이 나라를 망쳐온 건 조정에서 정치를 하며 권력을 누려 온 우리들인데”라며 통탄했다. 이에 ‘좌상’ 민진헌은 “하지만 지금 전장에 나가는 건 단 한번도 그 권력을 누려보지 못한 이들과 백성들이지”라는 말로 자책하며 부끄러움에 고개를 들지 못했다. 이는 부패한 권력자들의 횡포를 향한 신랄한 비판이 담긴 대사로 시청자들의 뇌리에 각인됐다.

# 정일우, “우리를 대신해 죽어가는 것은 언제나 백성들이오. 그들을 위해 분명 정치가 할 수 있는 다른 일이 있단 말이오”

41-42회, 영조는 이인좌의 난이 소외됐던 남인의 울분임을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고자 당파를 불문한 인재 등용을 위해 나섰다. 민진헌은 “권력을 양보하고 나누라 하셨습니까? 그것은 정치가 아니라 환영 같은 꿈일 따름입니다”라며 반발했다. 하지만 영조는 “나는, 그대는 전장에서 피를 흘리지 않소, 우리를 대신해 죽어가는 것은 언제나 백성들이오. 허나 그들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소. 분명 정치가 할 수 있는 다른 일이 있단 말이오”라며 설득했다. 진정한 정치의 본질이 무엇인지, 물음을 던진 의미 깊은 대사였다. 나아가 공존의식이 무너진 조선의 정치를 통합하기 위한 영조의 설득이 시청자들을 전율케 했다.

SBS ‘해치’ 제작진은 “당파가 나뉘어 혼란스러운 조선의 정치판을 통찰력 있게 담아낸 ‘갓이영표 대사’가 시청자들의 가슴에 깊이 박히며 묵직한 울림을 선사하고 있다“며 ”마지막까지 현실을 날카롭게 꼬집는 김이영 작가의 명대사가 안방극장을 전율케 할 것이니 기대해달라”고 전했다.

SBS 월화드라마 ‘해치’는 매주 월화 밤 10시에 방송된다.

/김주원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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