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가 TV의 고정관념을 깼다. 가로를 기본으로 하는 TV를 세로로 세웠다. 다양한 콘텐츠를 TV에 담아내 핵심 소비 세력으로 부상한 밀레니얼 세대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는 1980년대 이후에 태어난 특정 연령대를 지칭하며 취향과 개성이 강하다. TV의 사용 영역을 영화나 드라마 등에 한정하지 않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쇼핑 등으로 과감하게 확장한다. 삼성전자가 첫 TV 팝업스토어를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이 반영된 힙스터들의 성지인 신사동 가로수길에 오픈한 이유이기도 하다. 글로벌 양산 TV 가운데 세로 TV는 삼성이 처음이다. ★본지 3월27일자 12면 참조
◇TV의 고정 관념을 깨다=29일 삼성전자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 옥림빌딩에 마련한 팝업스토어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해 새롭게 출시한 라이프스타일 TV 설명회를 가졌다. 이날 소개된 신제품 ‘더 세로(The Sero)’는 TV는 가로 방향이라는 기본 관념을 허물었다. 더 세로는 세로 방향 스크린을 기본으로 한다. 모바일 콘텐츠에 익숙한 밀레니얼 세대의 특성을 반영해 콘텐츠와 공간에 최적화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디자인됐다. 모바일 기기 화면과 스크린을 연동해 SNS·쇼핑·게임·동영상 등 다양한 콘텐츠를 몰입감 있게 즐길 수 있다. SNS나 쇼핑 사이트의 이미지 또는 영상 콘텐츠를 하단의 댓글과 함께 보기 편리하며 콘텐츠가 세로형에서 가로형으로 전환되면 TV 화면도 가로로 회전시켜 기존 TV와 같은 시청도 가능하다. 한종희 삼성전자 사장(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은 “소비자들이 원하고 필요로 하는 의미 있는 혁신을 만들어가겠다는 의지를 담았다”며 “취향 존중 스크린 시대를 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세로 TV는 삼성전자에도 큰 도전이다. 한 부사장은 “애초 미래디자인팀(FXD)에서는 3년 전에 세로 TV에 대한 아이디어를 냈다”며 “과거에는 세로 TV에 대한 경험 자체가 없어 내부적으로도 세로 TV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있었지만 소비자들이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면 상황이 변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 세로는 오는 5월 말 한국에서 먼저 출시되며 43형 1개 모델로 출고가 기준 가격은 189만원이다.
◇TV 구매의 69%는 밀레니얼 세대=삼성전자는 앞으로도 밀레니얼 세대의 취향을 존중한 TV를 계속해서 내놓을 계획이다. 한 사장은 이날 “밀레니얼 세대는 공간에 들어가는 제품에 다양한 역할을 요구하며 자신의 취향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밀레니얼 세대의 라이프스타일을 관찰하고 맞춤형 제품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밀레니얼 세대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은 밀레니얼 세대가 TV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사장은 “현재 대륙별 주요국에서 밀레니얼 세대가 전체 TV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9%에 달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도 핵심 소비 세력으로 부상한 밀레니얼 세대의 행동과 습관, 구매 패턴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 예로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부서별로 선발, 30~40명으로 구성된 밀레니얼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다. 제품을 만들 때 기성세대인 임원들의 의견뿐만 아니라 밀레니얼 세대의 의견까지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라이프스타일 TV로 업그레이드=삼성전자는 이번에 더 세로뿐만 아니라 지난 2016년 첫 출시된 ‘더 세리프(The Serif)’와 2017년에 나온 ‘더 프레임(The Frame)’을 업그레이드한 신제품도 공개했다. 특히 신제품에는 퀀텀닷유기발광다이오드(QLED) 디스플레이를 적용해 초고화질을 구현했으며 최근 대형화 추세에 맞춰 대형 사이즈를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올해 2년 만에 새로 출시된 라이프스타일 TV 더 세로와 업그레이드한 기존 모델을 통해 올해를 라이프스타일 TV 확대 원년으로 삼을 계획이다. 추종석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부사장은 “(지금까지 더 세리프와 같은 라이프스타일 TV는) 가구점, 인테리어 매장 등에 들어가면서 저변을 확대했으며 이제는 TV 유통망 확대를 통해 판매를 늘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구체적인 수치를 밝히기는 어렵지만 라이프스타일 TV가 매년 두 배 이상 성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서 한 사장은 최근 시장조사업체들이 8K TV 시장 전망치를 계속해서 하향 조정하고 있는 것과 달리 낙관적인 전망을 밝혔다. 한 사장은 “최근 TV 시장의 트렌드는 무조건 대형화”라며 “화질이 좋지 않으면 대형화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 같은 트렌드에 맞춰 8K는 앞으로 더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는 조만간 초대형 8K TV를 새로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 사장은 특히 “거래선들도 8K가 정체된 TV 시장을 여는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예측 기관의 전망보다 빨리 클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