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날 홍 부총리가 언급한 대책들은 경기의 방향을 바꾸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지금은 투자·생산·수출·소비·고용 등 주요 경제지표 모두에 비상등이 켜진 상태다. 수출은 5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벌이고 있고 원·달러 환율 급등 등으로 외환시장도 불안하다. 퍼펙트 스톰이 밀려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경제상황은 정부의 무리한 정책 기조와 무관하지 않다. 그런데도 정부의 경제인식은 아직 바뀌지 않은 것 같다. 홍 부총리는 “현재로서는 경제성장률 전망률을 수정할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기존 정책을 계속 고수하며 땜질식 대책으로 경기방어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소득주도 성장의 효과를 올해부터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예상은 이미 빗나갔다. 부작용이 눈에 보이는데도 책임을 외부 탓으로 돌리고 기존 정책을 고집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정부는 민간투자를 촉진하겠다고 하지만 기업들의 투자심리는 이미 차갑게 식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이날 발표한 5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치는 94.1로 12개월 연속 기준선인 100 아래에서 머물고 있다. 경제는 심리다. 기업들의 투자심리를 살리려면 정책 방향 전환 외에는 방법이 없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소득주도 성장을 멈추고 기업들의 투자심리에 불을 붙일 수 있는 적극적인 정책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유류세 인하,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연장 등 땜질식 정책으로 방어하기에는 경기상황이 너무나 엄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