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S] 해외이주 신고하면 6개월 후에나 건보혜택.."누가 법 지키겠나"

■ 구멍뚫린 해외이주자 관리…'얌체 의료쇼핑' 왜 판칠까
성실신고자 '거주 기준' 역차별
건보 부과 기준일 '1일'만 피하면
보험료 안내고 건보혜택 누리기도
65세 이상 복수국적 허용따라
건보 위해 韓국적 재취득도 증가


정부의 해외이주자에 대한 부실한 관리로 인해 해외이주법이 정한 해외 이주 신고자는 역차별을 받는 반면 법을 따르지 않고 신고를 하지 않은 사람들은 오히려 내국인과 동일한 건강보험 혜택을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가 지난해 말부터 건강보험 적자의 원인으로 외국인의 지역의보 가입과 먹튀를 지목하고 이에 대한 규정 강화를 시행하고 있지만 여전히 해외이주자 신고를 마치지 않은 해외이주자(해외 영주권자 등)는 건강보험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해외이주 신고 안 하면 건보공단서 알 길 없어=외교부는 해외 영주권을 취득한 사람부터 이민자로 간주하고 해외이주법에 따라 해외이주자 신고를 하도록 하고 있다. 외교부와 해외 현지 공관에서 접수된 해외이주자 신고는 외교부로 집계되고 행정안전부→보건복지부→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 공유된다. 따라서 해외이주자 신고를 하지 않을 경우 행안부와 복지부·국민건강보험은 해외이주자 여부를 알 수 없게 돼 건강보험 재정의 부담으로 남게 된다. 건강보험공단의 한 관계자는 “해외이주 신고를 안 할 경우 재외국민 범주에 포함되지 않아 한국에 입국하자마자 지역의보에 가입할 수 있게 된다”며 “입국 이후 매월 건강보험료를 납부하고 지역의보에 가입하게 되면 건강보험의 모든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이민자들이 건강보험 부과 기준일인 매월 1일을 피할 경우 10만원 내외의 건강 보험료도 내지 않은 채 건강보험 혜택이 가능하다. 현행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르면 보험료 부과일이 매달 1일로, 5월2일에 한국에 입국하고 지역의보에 가입하면 보험료 납입일이 지난 만큼 5월 건강보험료가 부과되지 않는다. 하지만 지역의보에 가입이 완료된 만큼 5월 한 달 동안 병원에서 진료와 수술을 받아도 건강보험 혜택을 내국인과 동일하게 받을 수 있게 된다.


올해초 주한 미 대사관 앞에 시민들이 비자 인터뷰를 위해 줄지어 서 있다. /연합뉴스



◇성실 신고자만 제재하는 국민건강보험법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으로 지난해 12월부터 외국인과 재외국민 등은 국내에서 6개월 이상 거주해야 지역의보 가입이 허용된다. 기존 3개월 거주 규정을 6개월로 강화하면서 외국인과 해외거주자들의 건강보험 먹튀 가능성을 차단한 것이다. 이에 따라 해외에서 영주권을 취득한 후 해외 공관에 해외이주자 신고를 마친 사람들은 한국에 입국해 30일 이상 국내 거주 의사를 밝히는 ‘재외국민 거소신고’를 마치고 6개월이 지난 후 지역의보 가입 신청을 해야 한다. 다만 한국에 있는 ‘기러기 아빠(부양자)’를 제외한 나머지 가족이 해외이주 신고를 마쳐도 이들은 한국에 입국한 즉시 피부양자 자격으로 무료로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실제 해외이민 관련 인터넷 모임은 한국에서 생업에 종사하는 기러기 아빠가 있을 경우 기러기 아빠가 건강보험 부양자가 되는 만큼 나머지 가족은 언제든지 한국에서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글도 공유하고 있는 실정이다.


◇건보 위해 국적 재취득도 증가=한국 국적을 포기한 국적 상실자(타국 국적 취득 이후 한국 국적 포기)와 국적 이탈자(선천적 복수국적자가 한국 국적 포기) 중 한국의 건강보험 혜택을 받기 위해 한국 국적을 다시 취득하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특히 65세부터 복수국적이 허용되는 만큼 65세 이후 국적 회복을 시도하는 사람의 비중이 전체 국적 회복자의 85%에 달할 정도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7년 국적 회복자는 2,775명에 달하지만 이 중 60~90세 연령대의 국적 회복자는 2,393명으로 전체의 86.2%에 이른다. 이주공사의 한 관계자는 “병원비가 무료인 캐나다의 경우 진료를 받기 위해 6개월에서 1년을 기다려야 하고 미국의 경우 약간의 재산만 있어도 고가의 민간 건강보험료를 부담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며 “따라서 복수국적이 허용되는 65세 이후부터 한국 국적을 다시 회복해 건강보험료와 건강보험 혜택을 받으려는 사람이 많은 것도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김상용기자 kim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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