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왼쪽) 바른미래당 대표가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관영 원내대표를 격려하고 있다. /이호재기자
선거제 개편, 공수처법 등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통과시킨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최고위원 지명을 예고해 당내 권력구도 변화가 감지된다. 손 대표가 최고위원 2명을 지명할 경우 9명 중 현 지도부 세력이 5명이 돼 하태경·이준석·권은희 최고위원의 회의 보이콧이 무력화될 수도 있다.
30일 손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최고위원을 곧 지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바른미래당 최고위원회의는 당연직인 당 대표,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청년최고위원과 선출직 최고위원 세 명을 제외하고 당 대표가 지명할 수 있는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빈 상태다. 손 대표가 직권으로 현재 공석인 두 자리를 채울 경우 최고위원회의를 5대4 구도로 이끌어 지도권을 확립할 수 있다. 그간 최고위 회의는 바른정당계 최고위원의 보이콧으로 정족의결수인 과반을 채우지 못하는 ‘개점휴업’ 상태였는데 이를 다시 가동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패스트트랙 국면 중에도 지도부와 바른정당계의 우군 확보를 위한 물밑 싸움은 치열하게 전개됐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패스트트랙 통과를 위해 권은희 정책위의장을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서 사임시키는 강수를 뒀지만 다시 패스트트랙에 공수처법 ‘권은희 안’을 통과시키며 갈등을 봉합한 모양새다. 반면 김수민 최고위원은 오신환·권은희 의원 사보임 당시 대변인직을 사퇴하며 28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했다. 한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권 정책위의장은 손 대표 쪽으로, 김 최고위원은 그 반대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목은 손 대표가 누구를 최고위원으로 임명할지에 쏠린다. 우선 사개특위 위원으로 보임된 채이배·임재훈 의원을 최고위원으로 지명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둘밖에 없지 않겠냐, 이전에도 둘을 (최고위원으로) 임명하려는 시도가 있었다”고 말했다. 원외 인사 영입설도 흘러나온다. 또 다른 당 관계자는 “문병호 바른미래당 인천시당위원장이나 이행자 관악을지역위 수석부위원장 등을 지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문 위원장은 23일 ‘손학규 사퇴 반대’ 기자회견에 참여했고 이 부위원장 역시 2018년 당 대표 선거 당시 손학규 캠프에서 활동한 이력이 있는 만큼 이들의 최고위원 지명은 손학규 ‘친정체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김인엽기자 insid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