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푸드빌이 30일 커피 업계 2위(매출액 기준)인 투썸플레이스를 홍콩 사모펀드에 매각하게 된 배경에는 외식 경기 침체와 각종 규제가 맞물리는 악조건을 버티지 못한 것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알짜 자회사임에도 불구하고 투썸플레이스를 내놓으면서 기존 외식 브랜드를 살리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CJ푸드빌의 한 관계자는 “이번 매각을 통해 확보된 재원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뚜레쥬르 등 나머지 사업 부문의 내실을 다지는 데 주력할 것”이라면서 “지분 매각 이후에도 15%의 지분을 보유한 2대 주주로서 투썸플레이스가 독립해 사업을 영위하는 데 적극적으로 협조 및 지원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투썸플레이스는 어떤 회사=투썸플레이스는 지난해 2월1일 자로 CJ푸드빌의 투썸플레이스 부문이 물적 분할돼 설립된 회사다. 분할하면서 투썸플레이스는 앵커에쿼티파트너스 등 3곳에서 총 5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당시 앵커에쿼티는 투썸플레이스의 지분 40%를 챙겼다. 지난해 2월부터 연말까지 매출 2,743억원에 영업이익 292억원을 거두며 업계에서 기대 이상의 성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10.6%에 달하는 영업이익은 업계 1위인 스타벅스(9.4%)보다 높았다. 투썸플레이스는 ‘디저트가 맛있는 카페’로 차별화하며 매장 수를 지속적으로 늘렸다. 지난 2017년 기준 직영점 56개와 가맹점 887개를 보유하고 있다. CJ푸드빌 관계자는 “앵커파트너스는 투썸플레이스에 대한 본격적인 투자로 브랜드를 더욱 견고하게 성장시킬 목적으로 추가 지분 인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매각으로 업계에서는 CJ푸드빌의 향방에 주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CJ푸드빌이 투썸플레이스와 함께 매각한다면 몸값을 올릴 수 있었지만 알짜 사업을 매각하면서 시장 매각 기회를 잃어버린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말했다.
◇외식경기에 중국 사업도 울상=빕스·더플레이스·계절밥상·제일제면소 등 10여 개 외식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CJ푸드빌은 최저임금 인상과 외식 경기 침체 등으로 지속적으로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2014년을 제외하고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적자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4%가량 감소한 1조3,716억원, 영업손실은 38억원에서 대폭 확대된 434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당기순손실은 2017년 325억원에서 1,283억원으로 급증했다.
특히 한식 뷔페 ‘계절밥상’의 매장 수는 2016년 말 45개에서 2017년 말 54개로 늘어났지만 지난해 말 기준 29개로 급감했다. 뚜레쥬르는 중기적합업종 규제에 걸려 6년째 직전 연도 점포 수의 2% 내에서만 출점할 수 있다. 매출 규모를 키울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전무한 것이다. CJ푸드빌 관계자는 “지난해 계절밥상과 빕스 등 외식 사업장을 줄이면서 매장을 원상태로 돌리는 원복 비용과 계약 해지 비용 등 일시적인 비용이 많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중국 사업의 부진도 발목을 잡았다. CJ푸드빌의 현지 법인은 출범 이래 단 한 번도 영업이익을 낸 적이 없다. 2008년부터 2017년까지 누적 적자는 840억원. 올해 초에는 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빕스 1호점을 폐점하면서 또다시 매각설에 휩싸였다. 2005년 진출한 뚜레쥬르 역시 2018년 7월 203개까지 늘어났지만 2월 말 기준 165개로 감소했다. 투썸플레이스도 지난해 초 기준 45개였던 점포를 1년 만에 21개로 줄였다. CJ푸드빌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해외에서는 무리한 출점을 자제하고 점포당 매출을 높이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고 말했다.
◇규제의 덫에 빠진 위기의 프랜차이즈=국내 최대 외식업체 중 한 곳인 CJ푸드빌이 알짜 자회사를 매각하면서까지 재무구조 개선에 발 벗고 나선 것은 그만큼 프랜차이즈 업계가 처한 위기를 방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프랜차이즈산업은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과 외식업 불황, 정부의 규제 등 ‘삼중고’에 시달리며 그야말로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최근에는 ‘차액가맹금’ 규제까지 더해졌다. 내년부터 프랜차이즈 본사는 가맹점에 판매하는 필수물품 공급가격의 유통마진율을 공개해야 한다. 한국프랜차이즈협회는 차액가맹금을 ‘원가공개’로 규정하며 현재 헌법소원과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상황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경기침체도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주 52시간 근무에 따른 인건비 증가와 임대료 인상 등 각종 비용 부담에 이어 공정거래위원회의 가맹본부에 대한 차액가맹금 공개 등이 경영 환경에 부담이 되는 상황”이라면서 “대기업이 운영하는 프랜차이즈도 버티지 못하는 상황에서 중소·중견 업체의 부담은 더욱 심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세민기자 sem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