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경리단길은 망원동 ‘망리단길’, 연남동 ‘연리단길’, 송파동 ‘송리단길’ 등 뜨는 상권을 지칭하는 ‘~ 길’을 만들어낸 원조다. 하지만 요즘은 ‘핫플레이스’에서 몰락하는 상권의 대명사가 됐다. 문 닫은 점포와 임대문의 안내문만 가득한 상권으로 변모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원조 ‘핫플레이스’ 가운데 하나인 신사동 가로수길 역시 공실률에 신음하고 있다.
우선 경리단길의 점포 공실률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감정원 자료에 따르면 경리단길이 위치한 이태원의 공실률(중대형 상가 기준)은 올 1·4분기에 24.3%까지 치솟았다. 상가 10곳 중 약 3곳이 공실인 셈이다. 이태원의 공실률은 지난 2015년 1·4분기에 8.9%에서 매해 상승해 지난해 1·4분기에는 22.4%까지 상승했다. 올해 들어 상황이 더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수년째 침체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경리단길에서 영업 중인 점포도 줄고 있다. 서울시 상권분석 통계에 따르면 이태원 1동 기준으로 영업 중인 점포는 2016년 말 1,710개에서 지난해 말에는 1,634개로 줄었다. 일정 기간 임대료를 받지 않겠다는 조건을 내걸고 임차인을 구하는 것조차 하늘의 별 따기라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가로수길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중대형 상가 기준으로 가로수길이 포함된 신사역 상권의 공실률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2018년 1·4분기에는 7.8%를 유지했으나 올 1·4분기에는 8.3%로 상승했다. 신사동 가로수길의 경우 메인 도로 약 680m를 걷는 동안 공실 점포 12곳을 찾을 수 있었다. 빈 가게는 더 늘고 있다. 반면 임대료는 요지부동이다. 인근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메인 거리는 건물주들이 가격을 내릴 생각이 없어 공실 해소가 잘 안 된다”며 “2017년 세로수길은 권리금을 1억5,000만원씩 불렀는데 지난해부터는 1억원 수준으로 내려왔다. 현재도 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가로수길에서 점포를 운영 중인 A 사장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는 오르지, 경기침체와 근로시간 단축으로 장사는 안되지, 한마디로 근근이 버티고 있다”며 “직원을 절반 정도 줄였는데 더 줄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권혁준기자 awlkw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