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즉위한 나루히토 새 일왕./AP연합뉴스
나루히토 일왕이 1일 즉위하면서 일본에 ‘레이와’ 시대가 열렸지만 이를 계기로 내심 기대했던 한일관계 개선은 당장 가시화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나루히토 일왕에게 보낸 즉위 축하 서한에서 전쟁의 아픔에 대한 기억과 양국 우호 발전 등을 강조했지만 나루히토 일왕은 이날 일본의 ‘평화헌법’ 수호에 대한 입장을 별도로 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일본 헌법은 국제분쟁 해결 수단으로 전쟁과 무력행사를 영구히 포기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까닭에 평화헌법으로 불린다. 또 육해공군과 그 밖의 전력을 갖지 않는다고도 명기돼 있다. 과거 전범 국가로 회귀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하지만 나루히토 일왕이 이날 평화 수호를 위한 일본의 역할과 방향성을 언급하지 않음에 따라 연호 교체와 새 일왕 즉위, 개헌을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어 한 방향으로 몰아가려 하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정치적 야심이 현실화하기 시작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퇴위한 아키히토 상왕이 아베 총리의 개헌 의지를 막아서는 역할을 했던 것과 달리 나루히토 일왕은 아베 총리의 정치를 허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이는 레이와 시대가 열렸지만 과거사 문제로 악화일로인 한일관계가 ‘리셋’될 가능성이 낮다는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현재 한일 사이에는 갈등과 논란을 낳은 사건들이 풀리지 않은 채 켜켜이 쌓여 있다. 한일관계는 지난해 10월 대법원의 신일철주금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서 시작해 △위안부화해·치유재단 해산 공식화(2018년 11월) △해군 레이더 조사 논란(2018년 12월) △문희상 국회의장 일왕 사죄 요구 발언(2019년 2월) △일본 초등교과서 ‘독도 일본 영토 주장(2019년 3월)’ 등으로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