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총재는 올해 성장률을 1%대 후반에서 2%대 초반까지 낮춘 민간 연구기관들의 전망에 대해 ‘과도하다’고 일축했다. 특히 1.8%를 제시한 노무라금융투자의 전망에 대해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한 것”이라고 했다. 경기침체의 전조로 해석되는 장단기 금리 역전에 대해서도 “시장의 판단이 앞서 간다”고 반박했다. 최근 원화 가격 급락에 대해서는 “신용디폴트스와프(CDS)프리미엄 등 외환 건전성 지표가 안정적”이라며 “우리 경제 펀더멘털에 대한 우려는 감지할 수 없다”고 했다.
앞서 한은은 지난달 25일 올해 1·4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기 대비 0.3%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역성장’의 현실화와 중국 실물지표 악화 등이 겹치면서 원·달러 환율은 1,170원에 바짝 다가섰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 인하는 없다”는 기존 입장도 고수했다. “앞으로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는 낙관론의 당연한 결과다.
시장에서는 이 총재가 오락가락하는 발언으로 혼란을 키운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2.5%로 낮춘 지난달 18일 이 총재는 “성장률 하향은 1·4분기 성적이 안 좋았기 때문이며 2·4분기 이후에는 성장률이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난 25일 한은은 올해 1·4분기 우리 경제가 전기 대비 -0.3% 역성장했다고 발표했다. 그 다음날 시중은행장들을 만난 이 총재는 “현 경제상황을 엄중히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런데 또다시 6일이 지난 1일 이 총재는 피지에서 낙관론을 들고 나왔다. 불과 2주일 사이에 이 총재의 발언이 낙관→비관→낙관을 오간 것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책결정자들이 경제주체의 심리를 고려해 비관적 발언은 자제한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 총재가 ‘낙관적인 면만 부각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는 “청와대와 한은의 진단은 현실을 반영하기보다 정치적인 성격이 짙다”며 “성장률을 4차례나 낮추는 등 부정확한 전망을 내놓은 한은이 ‘낙관론’을 펼치는 것은 유감”이라고 꼬집었다. /김능현기자 피지=박형윤기자 nhkimch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