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일 검찰총장. /연합뉴스
문무일(사진) 검찰총장이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검경 수사권 조정안과 공수처 설치법 등에 관해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며 강력 반발했다. 그동안 두 법안의 패스트트랙 지정을 두고 검찰 내부에 반발 여론이 확산한 점은 간접적으로 여러 차례 확인된 바 있지만 검찰총장이 직접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문 총장은 1일 해외출장 중 입장문을 내고 “현재 국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형사사법제도 논의를 지켜보면서 검찰총장으로서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형사사법 절차는 반드시 민주적 원리에 의해 작동돼야 하는데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법률안들은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오는 7월 임기 만료를 앞둔 상태에서 검찰 개혁에 대해 마지막까지 소신 발언을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문 총장은 지난달 28일부터 오만·키르기스스탄·에콰도르 대검찰청과 우즈베키스탄 대검찰청·내무부를 순차적으로 방문한 뒤 오는 9일 귀국하는 일정의 해외 출장 중이다. 국내에 자리를 비운 상태에서도 검찰의 명운이 걸린 패스트트랙 논란이 들끓자 검찰 수장으로서 침묵을 지킬 수만은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문 총장은 또 “(패스트트랙은) 특정한 기관에 통제받지 않는 1차 수사권과 국가정보권이 결합된 독점적 권능을 부여하고 있다”며 “올바른 형사사법 개혁을 바라는 입장에서 이러한 방향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국회의 논의 방식뿐 아니라 법안 내용 역시 민주적 절차에 맞지 않는다는 문제 제기를 한 것이다. 특히 검경 수사권 조정안은 검찰의 기존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경찰이 1차 수사권과 종결권을 갖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고 있어 검찰 내부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는 사안이다. 문 총장이 ‘독점적 권능’이라는 표현까지 쓰며 경찰권 강화에 견제구를 강하게 날린 것은 이 같은 조직 내부의 여론을 대변해야 하는 입장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문 총장은 “국회에서 민주주의 원칙에 입각한 논의를 진행해 국민의 기본권이 더욱 보호되는 진전이 있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검찰청은 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에서 여야 의원들이 맞고소·고발한 사건 6건을 이날 행위지 관할인 서울남부지방검찰청으로 전부 이송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안2부에 배당됐던 사건들도 모두 서울남부지검에서 수사하게 됐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