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안 과이도(왼쪽) 베네수엘라 국회의장이 4월30일 카라카스의 한 공군기지 근처에서 베네수엘라 군 장교와 이야기하고 있다./카라카스=AP연합뉴스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에 맞서 베네수엘라 반정부세력을 주도하는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이 군의 봉기를 촉구하며 대규모 시위를 강행하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베네수엘라 사태가 최대 분수령을 맞고 있다.
4월3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이날 오전 과이도 국회의장이 수도 카라카스의 카를로타 공군기지 외곽에서 수십명의 중무장 군인들과 장갑차 몇 대에 둘러싸인 채 찍은 동영상을 공개하며 군의 봉기를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3분짜리 영상에서 과이도 의장은 “거리로 나온 군인들이 베네수엘라 헌법을 수호하고 있다”며 “‘자유작전’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고 국민과 군이 하나가 됐다”고 주장했다.
지난 1월 ‘임시 대통령’을 자처하며 마두로 정권 퇴진운동을 주도한 과이도 의장이 군과 함께 정권퇴진 압박을 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군사봉기를 촉구하는 과이도 의장의 발언은 1일로 예정된 대규모 반정부시위를 하루 앞두고 나왔다. 그는 마두로 정권 퇴진을 위한 ‘최종 단계’ 중 하나로 이날 “베네수엘라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가두시위를 벌이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영상이 공개된 후 카라카스 거리에는 반정부시위자들이 쏟아져나오며 마두로 퇴진을 요구했다. 국가수비대 장갑차가 시위대에 돌진하는 등 충돌이 격화되면서 1명이 죽고 100명 이상이 다쳤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미국은 베네수엘라 국민과 그들의 자유를 지지한다”고 밝히며 과이도 의장에게 힘을 보탰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도 “마침내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가 되기 위한 우리 자매국가의 해방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반면 마두로 대통령은 “쿠데타는 실패로 돌아갔다”며 군 장악력에 변함이 없음을 강조했다. 실제 과이도 의장의 호소에도 아직 이에 동조하는 대대적인 군사움직임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AFP통신은 “지금으로서는 마두로의 강력한 군 장악력이 흔들린다는 신호는 없다”고 했고 AP통신도 “‘자유작전’ 반란은 제한적인 군의 지지만 얻은 듯하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과이도 의장이 꺼내 든 군사봉기 카드를 “대담하면서 위험한 시도”라고 설명했다. 과이도 의장의 희망대로 군부가 봉기에 나서면 정권퇴진을 앞당기는 성과를 거둘 수 있지만 반대로 군부가 동조하지 않는다면 마두로 정권의 과이도 의장 체포를 독려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