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순미 천식인정자권리찾기 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옥시 본사 앞에서 가습기살균제를 판매해온 기업에 공식 사과 및 배·보상을 촉구하고 있다./이희조기자
가습기살균제 유족과 피해자 10여명이 피해 정도와 상관없이 사과와 배·보상을 요구하며 옥시 본사 앞에서 무기한 농성에 돌입했다.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가습기넷)는 2일 옥시레킷벤키저 본사가 위치한 서울 여의도 IFC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날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유족은 정부와 옥시에 △피해단계 구분 철폐 △3·4단계 피해자 지원 문제 해결 △옥시 등 가해 기업들의 공식 사과와 배·보상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가습기살균제 피해는 정도에 따라 1∼4단계로 구분되는데 4단계 피해자는 사실상 지원을 받지 못한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지난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옥시의 가습기살균제 ‘옥시싹싹 뉴 가습기당번’ 사용한 뒤 2016년 폐섬유화증 진단을 받은 고(故) 조덕진씨의 유족이 참석했다. 조 씨는 지난달 25일 사망했지만 환경부로부터 ‘살균제로 인한 폐 손상 가능성 거의 없음(4단계)’ 판정을 받아 정부나 기업으로부터 피해지원을 받지 못했다.
조씨의 아버지 조오섭씨는 “억울하게 가습기살균제로 죽어간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옥시 등 가해 기업들과 끝까지 싸우겠다”며 “앞으로 우리나라에 다시는 이러한 대참사가 일어나지 않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로 남편을 잃은 김태윤씨도 “(가습기살균제로 총) 1,403명이 죽었는데 어떻게 가해 기업들은 사과 한마디 없을 수 있느냐”며 “가습기살균제 때문에 아프고, 다치고, 죽은 사람들에게 힘을 좀 실어달라”며 정부와 가습기살균제 제조·출시 기업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가습기살균제 최초 사망자’의 아버지 이장수씨는 이날 자리에서 “1995년 딸이 태어난 지 50일 만에, 병원에 입원한 지 하루 만에 사망했다”며 “애경산업이 1994년 출시한 ‘가습기메이트’를 사용한 것이 이유였다”고 주장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가 2일 서울 영등포구 옥시 본사 앞에 설치된 시민분향소에서 헌화를 하고 있다./이희조기자
지난 1일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가습기넷 측은 “SK케미칼과 애경산업 등 가해 기업들이 자신들이 판매·유통한 제품과 그 원료물질의 유해성을 알고 있었음에도 증거를 인멸하려고 했다는 사실이 검찰 수사를 통해 드러나고 있다는 점에서 법원의 판단을 납득할 수 없다”며 “검찰에 철저한 수사를 주문한다”고 밝혔다.
김기태 가습기넷 공동운영위원장은 “아직 해결된 게 아무것도 없어 피해자들과 유가족은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며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해결해주겠다고 약속한 문재인 대통령은 약속을 지키고 피해자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가습기넷 측은 이날부터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시민분향소를 개방해두고 무기한 농성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이희조기자 lov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