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덕 논설위원의 관점] 보수 빅텐트·호남 신당·범여권 연대…세 갈래 새판짜기 '암중모색'

■21대 총선 11개월 앞…정계개편 시나리오는
준연동형 비례제·바른미래 내홍이 정계개편 '변수'
한국·유승민계 통합 '보수연합' 실현 가능성 점쳐
'평화당+바른미래당 호남계' 주도 제3섹터도 주목
패스트트랙 추진 세력간 '총선 연대 방안'도 고개



내년 4월15일 치러지는 21대 총선을 11개월여 앞두고 정치권에서는 크게 세 갈래의 정계개편 시나리오가 떠오르고 있다. 정치권 새판 짜기는 선거 대결 구도를 바꿔 승부에 결정적 변수가 된다. 우선 야권에서는 ‘보수 빅텐트론’과 ‘호남 주도의 제3섹터론’ 등 두 갈래 개편론이 솔솔 흘러나온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아직 정계개편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어서 여권발(發) 정계개편론은 잠잠한 편이다. 하지만 최근 선거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등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추진 과정에서 손잡은 여야 4당 세력의 ‘범여권 선거 연대’ 방안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보수 빅텐트론은 자유한국당이 유승민 의원 등 바른미래당 보수 세력과 보수 시민단체 세력을 끌어안아 보수 대통합을 하자는 주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대한애국당의 보수 빅텐트 참여 가능성에 대해서는 엇갈린 전망이 나온다. 보수 통합의 필요성은 지난 4·3보선 당시 창원성산 국회의원 보선에서 다른 보수 성향 후보의 표 잠식으로 한국당 후보가 석패하면서 더욱 강하게 제기됐다. 또 전주시 라 선거구 기초의원 선거에서 민주평화당 후보가 43.6%를 득표해 민주당 후보(30.1%)를 제치고 당선되자 ‘호남 기반의 제3섹터론’이 부상하고 있다. 과거 국민의당에 뿌리를 둔 민주평화당과 바른미래당 호남계 의원들이 통합 또는 연대해 내년 총선에서 ‘호남 야당’ 바람을 다시 일으키자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4·3보선 참패와 패스트트랙 참여 문제를 둘러싸고 격화되고 있는 바른미래당의 내홍이 정계개편의 변수가 될 수 있다. 바른미래당에서는 손학규 대표와 호남계 의원들이 당권을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당의 대주주였던 유승민계와 안철수계가 결속 움직임을 보이면서 이에 맞서는 양상이다. 분당의 길을 가느냐 여부와 당권 경쟁에서 어느 쪽이 승리하느냐에 따라 정계개편의 향방도 일부 바뀌게 된다.


여권에서는 패스트트랙 참여 4당의 범여권 연대론이 연기를 피우고 있다. 2012년 총선 때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정책연합을 명분으로 일부 지역에서 공천 안배를 했듯이 범여권 정당끼리 공천 연대를 하자는 것이다. 이럴 경우 민주당과 정의당, 호남 신당 등이 호남에서는 경쟁하고 나머지 지역에서는 협력하는 구도로 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민주당 지도부와 친문그룹은 통합·연대론에 제동을 걸면서 ‘친문 직계’를 전진 배치하는 전략으로 가고 있다.

본지는 총선을 앞둔 정계개편 가능성을 분석하기 위해 여야의 전현직 국회의원과 대학교수·정치평론가 등 6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우선 정계개편의 주요 변수에 대해 물은 결과 여야 4당이 패스트트랙에 태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통과되느냐 여부가 결정적 변수가 될 것이라는 응답이 많았다. 황희 민주당 의원과 정치평론가인 차재원 부산 가톨릭대 교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채택 여부를 중요한 변수로 꼽았으나 실현 전망에서는 시각차를 보였다. 준연동형 비례제에 대해 황 의원은 “채택될 것”이라고 낙관했으나 차 교수는 “무산될 가능성이 더 크다”고 전망했다. 바른미래당 소속인 김영환 전 의원과 정하용 경희대 교수는 “올 하반기 이후 문재인 정권(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이 영향을 줄 것”이라고 답했다. 다만 김 전 의원은 “바른미래당 분열 여부도 중요한 변수”라고 덧붙였다. 박대출 한국당 의원은 “조원진 대한애국당 대표와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대표의 선택이 보수 통합에서 변수가 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정치평론가인 김병민 행정학 박사는 “선거제도 개편 여부와 함께 안철수·유승민 전 대표의 선택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현 가능성이 가장 높은 정계개편 시나리오에 대해서는 ‘보수 연합’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박 의원은 “선거제도 개편은 이뤄지기 어렵다”며 “그럴 경우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유승민계 일부 의원은 통합하고 한국당과 애국당은 연대를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정 교수는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유승민계의 통합이나 한국당과 애국당의 부분 연대 가능성을 거론했다. 정치권에서는 한국당과 애국당의 전면 통합은 부정적 효과도 있으므로 애국당 유력 후보가 출마하는 일부 지역에 한국당이 후보를 공천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있다. 김 전 의원은 “내년 총선은 정권 중간평가이기 때문에 바른미래당이 분열된다면 안철수·유승민계가 한국당과 야권 연대를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차 교수와 김 박사는 한국당과 안철수·유승민계가 통합하는 보수 빅텐트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반면 황 의원은 “민주당이 현재 정당 간 통합을 고려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의미 있는 정계개편이 없을 것”이라며 “다만 민주평화당과 바른미래당 호남계 의원들 간의 통합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전망했다.

두 번째로 실현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에 대해서는 ‘호남 중심의 제3섹터 신당’ 추진과 ‘패스트트랙 추진 세력 간의 총선 연대’를 제시한 응답이 많았다. 김 전 의원은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호남계 의원들이 민주평화당과 통합한 뒤 민주당과 우호적 관계를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민주평화당과 바른미래당 호남계 의원 중 일부는 민주당에 흡수되고 나머지 의원들은 통합해 선거에 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 교수와 차 교수, 김 박사는 “민주평화당과 바른미래당 호남계 의원들이 통합해 신당을 창당하고 민주당이 호남 기반 신당 및 정의당과 비(非)호남권 지역에서 공천을 안배하는 연대를 추진할 개연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올해 9월 추석과 연말쯤 정계개편이 실행 단계로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하고 있다. 정 교수는 “정당들의 합종연횡이 의석 늘리기라는 관점 속에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 우려스럽다”면서 “정계개편은 이념과 노선·정책을 기준으로 이뤄지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문했다. / kd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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