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트랙 충돌 확산...검찰 반기에 여권 '조직 이기' 경고

文총장 비판문 발표 하루만에
경찰서도 즉각 반박자료 발표
警 내부 게시판서도 불만 속출
文총장 내일 귀국…사의 가능성도


검경 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정치권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후폭풍이 검찰을 덮치고 있다. 해외출장 중이던 문무일 검찰총장이 직접 “민주주의에 위배된다”고 강한 논조로 비판한 데 이어 해외 일정까지 변경해 급거 귀국하는 등 검찰 조직이 긴박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이를 둘러싼 격앙된 반응이 속속 감지되고 있다. 경찰도 즉각 반박자료를 내는 등 한동안 수면 밑에 있던 검경 간 갈등이 다시 불거지는 모양새다. 임기가 불과 두 달밖에 남지 않은 문 총장으로서는 지휘부를 향한 불만의 목소리가 확산하는 만큼 이제 검찰 조직을 위한 행보에 치중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일단 조직 차원의 대응은 자제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문 총장이 귀국하면 추가 입장표명과 함께 사의까지 꺼내 들어 청와대를 설득하며 압박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일각에서는 만약 청와대와의 협의가 불발되면 야당과 손잡고 청와대를 압박해 국회 입법 과정에서 실지회복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검찰이 동물국회 과정에서 발생한 여야의 고발에 대한 수사에 들어가면 자칫 검찰의 칼날이 청와대를 향하는 초유의 ‘검란 사태(검사들의 항명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수사권 조정을 둘러싸고 검찰과 경찰의 갈등이 재연되며 ‘검경 2라운드’를 연출한 듯하지만 사법개혁 대상이 된 검찰이 청와대와 법무부가 자신들을 배제한 채 진행하는 개정안에 대한 내부반발이 극에 달했다는 분석이다.


◇수사지휘권 놓지 않으려는 검찰=검찰은 수사지휘권을 잃어버리면 강해진 경찰권을 통제할 장치가 없다며 강하게 맞서고 있다. 반면 경찰은 이날 설명자료를 내고 사건을 불송치하는 경우 사건 관계인에게 이를 통보하고 사건 관계인이 이의를 신청하면 검사에게 사건을 송치하게 돼 경찰 임의로 수사를 종결한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입장을 밝혔다. 검경의 권한은 이른바 ‘제로섬’이어서 한쪽에 권한을 줄 경우 그만큼 다른 한쪽의 힘이 빠지는 양상이라 양측이 한치의 양보 없이 갈등하는 것이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찰은 표면적으로 경찰의 비대화가 염려된다지만 속내는 검찰의 권한을 내려놓는 게 더 뼈아플 것”이라며 “패스트트랙에 오른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하면 기존 권한이 대폭 축소되는 검찰은 역사상 전무후무한 일이 곧바로 현실이 되는 것을 겁내고 있다”고 전했다.

◇檢亂 조짐…청와대도 부담=해외출장 중이던 문 총장이 반대 입장문을 발표한 지 하루 만인 2일 검찰 내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평검사부터 검사장에 이르기까지 검찰의 의견이 철저히 배제된 형사사법제도 변경안에 대한 반대 입장이 전방위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검찰 일각에서는 “여야의 동물국회 고발 사건을 적극 수사하며 청와대와 여당을 압박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수사권을 발동해 검찰의 위상 높여야 한다는 검찰 내부의 강한 반발로 읽히는 대목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적폐청산 작업을 주도하는 검찰이 이탈할 경우 권력 누수에 그치지 않고 현 정부를 향해 칼이 겨눠진다면 청와대도 큰 부담”이라고 했다. 반면 여당에서는 불쾌하다는 반응도 나왔다. 홍익표 더불어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검찰은 불만이 아니라 국민 눈높이에 맞는 대안을 내놔야 한다”며 “좋은 제안이라면 국회도 받을 수 있지만 개혁 방해나, 조직 이기주의, 제 밥그릇 챙기기 식으로 간다면 검찰은 더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일단 청와대는 “국회에서 논의할 일”이라는 반응을 보여 한발 물러서 있지만 ‘검란’으로 사태가 확대할 것을 우려하며 예의 주시하고 있다.

◇검찰, 야당 등에 올라타나=검찰은 해외출장 중인 문 총장이 귀국하는 즉시 패스트트랙 추진에 대한 문제점과 법안에 대한 구체적인 수정안을 정치권에 전달하기로 내부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필요하면 자유한국당에 적극적으로 손을 내미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조직의 사활이 걸린 만큼 모든 수단을 동원해 입법 과정에서 실질적으로 위상을 회복할 수 있는 개정안을 도출해야 한다는 계산이다. 여당 내부에서 이번 검경 수사권 조정에 반대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검찰에 큰 힘이 된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검경 수사권 조정의 당초 취지와는 정반대로 결론 지어진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금태섭 의원도 청와대와 여당이 주도하는 검찰개혁 관련 법안에 공개 반론을 내며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에 반대 의견을 나타냈다. 대검찰청이 최근 검사장급 간부와 일선 검사들을 상대로 의견을 청취한 결과 검사들은 견제받지 않는 공수처 설치는 또 다른 무소불위 권력기관의 탄생이 될 수 있다는 우려와 일맥상통한다. 서울 지역에서 근무하는 한 부장검사는 “철저하게 검찰을 배제한 청와대와 법무부와 더 이상 대화가 안 된다면 지도부가 적극적으로 나선 야당을 포함해 국회에 검찰의 입장을 전달해야 한다는 게 내부 분위기”라고 했다. 검찰은 일단 문 총장이 귀국하는 대로 추가적인 입장표명과 함께 사표 카드까지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현호·최성욱기자 h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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