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총리가 2일(현지시간) 쿠웨이트 정유공장 현대화 사업장을 찾아 우리 근로자들과 악수하고 있다./연합뉴스
쿠웨이트를 공식 방문 중인 이낙연 국무총리가 2일(현지시간) 국내 기업들의 참여로 진행 중인 현지 정유공장 현대화 사업 현장을 방문해 근로자들을 격려했다. 또 현지에서 열린 한국-쿠웨이트 비즈니스포럼에도 참석하고, 수행 기업인들에게는 “기업에 힘이 되는 정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총리가 전일 찾아간 자베르 코즈웨이 해상연륙교와 이날 방문한 정유공장 현대화 사업장 등은 한국 기업들의 중동 수주 실적으로 이미 처리 된 프로젝트들이다.
이 총리가 쿠웨이트 순방 기간 동안 국왕, 총리, 국회의장, 상공회의소장 등 핵심 인물들을 만나 전방위 ‘세일즈 외교’에 나섰지만 신규 수주가 계속 줄고 있어 중동 현지에 진출해 있는 한국 기업들의 시름은 계속 깊어지는 상황이다.
이낙연(가운데)국무총리가 2일(현지시간) 쿠웨이트 정유공장 현대화 사업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연합뉴스
이 총리는 이날 쿠웨이트시티에서 남동쪽으로 45㎞ 떨어진 미나 압둘라 지역에 위치한 쿠웨이트 정유공사(KNPC)의 ‘청정연료 생산공장 프로젝트’(CFP·Clean Fuels Project) 사업 현장을 방문했다. 이 프로젝트는 기존 정유공장을 증설하고 현대화하는 사업으로, 삼성엔지니어링·대우건설·현대중공업·GS건설·SK건설 등 우리 대기업과 일본·영국·네덜란드·미국 기업이 공동 참여하고 있다.
이 총리는 직접 버스로 이동하며 사업 단지 안을 둘러보고, 현장 근로자들도 격려했다. 이 총리는 “석유 산업은 생산, 정제, 가공 등 모든 과정에서 친환경화와 고도화를 동시에 추구하면서 아울러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여러분께서 그런 여러 분야에서 진행되는 쿠웨이트의 도전에 계속 동참해달라”고 당부했다.
이 총리는 오후에도 한국 기업 격려와 지원 행보를 이어갔다. 현지에서 열린 한·쿠웨이트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해 쿠웨이트 측 인사들을 향해서는 “쿠웨이트는 번영의 길로 질주하고 있다”며 “비전 2035는 쿠웨이트의 국가개발전략이지만, 한국과 쿠웨이트가 함께 만들어나갈 미래비전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쿠웨이트의 개발 프로젝트에 한국 기업들의 파트너로 참여시켜달라는 요청이자 호소였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2일(현지시간) 쿠웨이트 정유공장 현대화 사업 현장에서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연합뉴스
또 이 총리는 우리 기업인들에게는 “모든 분야에 어려움이 있을 텐데 정부로서는 모든 분야의 기업에 힘이 되는 정부가 되고 싶다”며 “대통령께서도 그런 생각이 확고하시고 저 또한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총리가 이번 쿠웨이트 방문 기간 동안 한국 기업 지원과 새 협력 방안 도출에 집중했지만 한국 기업들은 쿠웨이트를 비롯해 중동에서의 수주 실적이 점점 줄어들면서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서울경제신문의 4월 5일자 보도 등에 따르면 한국 건설사들의 해외 사업은 큰 어려움에 처해 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4월 4일까지 해외건설 수주금액은 62억8,331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103억8,950만달러)보다 40% 급감했다. 수주 건수 역시 15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86건)보다 16% 감소했고 해외진출 업체 수도 211곳으로 지난해(247곳)보다 줄었다. 이는 지난 2006년 이후 최악의 성적표다.
특히 수주 텃밭이었던 중동 지역 수주액의 감소세가 가파르다. 중동에 이어 수주 물량이 많았던 아시아 지역까지 올해는 국내 건설사가 힘을 못 쓰는 모습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수주 텃밭인 중동 지역 수주액이 전년 동기 대비 70%가량 줄었다”며 “이런 추세라면 올해 연간 수주액이 지난해 300억달러에서 200억달러대로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걱정했다.
이 관계자는 “중동 텃밭에서 고부가가치 수주는 유럽과 미국에, 저가 수주는 인도·중국 등 업체에 뺏기며 자리를 잃었다”고 설명했다. 시공 등의 분야에서 뛰어난 기술력으로 시장에 접근하는 유럽, 미국 기업과 가격 경쟁력으로 밀고 들어오는 인도, 중국 기업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라는 의미다.
이낙연 총리가 2일(현지시간) 한-쿠웨이트 비즈니스 포럼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도 이런 점 때문에 이 총리를 중동 사업 현장으로 직접 보내고, 쿠웨이트 핵심 인물들을 만나 세일즈 외교에 나서도록 했지만 한국 건설업계가 과거 중동에서 누렸던 화려한 수주 실적을 다시 찾을 가능성은 이미 낮게 보고 있다.
이 총리는 “한국과 쿠웨이트의 협력은 지금까지 에너지와 건설을 중심으로 이뤄졌지만, 이제는 보건, 환경, 공항, 스마트시티, ICT(정보통신기술), 재생에너지 등으로 협력 다변화가 본격적으로 전개되는 시기가 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양국 교류 40년간 이뤄놓은 협력의 축적, 신뢰의 축적이 우리에게 큰 밑천인 건 사실이지만 모든 분야가 과거처럼 쉽게, 많은 이익을 주는 상태로 진행될 것이란 기대를 섣불리 하지 않아야 한다”며 “내실 있게, 더 신뢰감을 주며 접근하는 것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 총리는 3일 인천공항공사가 위탁 운영하는 쿠웨이트공항 제4터미널을 방문해 근로자들을 격려한 뒤 포르투갈 리스본으로 이동한다. 리스본에서 1박 2일간 머무르며 안토니우 코스타 포르투갈 총리와 회담하고 동포 및 지상사 대표들과 간담회를 연 후, 다음 공식 방문국인 콜롬비아와 에콰도르로 향한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