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의 남자’ 이오시프 스탈린의 조국 조지아. 본명이 이오세브 주가슈빌리였던 스탈린의 고향이다. 1936년 그루지야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으로 소련의 일부였다가 1991년 4월 9일 독립했다. 조지아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입하고자 적극 노력하고 있는데 러시아는 국가 안보의 위협으로 간주, 맹렬하게 반대하는 입장이다. 또 조지아 영토 중 친러 성향의 압하스·남오세아티야가 독립을 주장해 러시아의 승인을 받은 상태다. 물론 국제 여론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런 이유로 조지아는 러시아에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에 러시아어식 ‘그루지야’ 대신 영어식 조지아로 자국명을 표기해달라 요청했고 우리 외교부도 이를 수용했다. 조지아인은 자국을 가리켜 ‘사카르트벨로’라 일컫기도 한다.
유럽·아시아의 경계 카프카스산맥에 위치해 러시아·터키와 국경을 접한다. 교역과 교통, 전략적 요충지로 비잔티움·오스만·몽골·러시아 등 제국의 침략이 끊이질 않았다. 소련의 붉은 군대가 조지아를 점령하고 인근의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과 함께 ‘자카프카스 연방’으로 묶어 위성국으로 삼은 바 있다. 이렇듯 카프카스 3국은 합치고 갈라지며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이웃이다.
지난해 8월 나토 주도로 조지아 트빌리시 외곽에서 열린 ‘2018 노블 파트너’에서 조지아군이 훈련에 참여하고 있다. /트빌리시=EPA연합
인구 457만(2012년 기준)의 작은 나라지만 고유 언어를 구사한다. 화폐 단위로는 라리(Lari·GEL)를 쓰는데 1라리는 대략 420원(2018년 기준)이다. 지하철 1회 탑승에 0.5라리(2라리 카드 구매 후 충전하는 방식), 택시 기본료는 5라리 수준으로 한국보다 물가가 저렴한 편이다. 일부 숙박업소는 1박당 15~30라리 선에서 이용할 수 있다. 현지서 생활하는 한인들은 “조지아 물가는 한국의 1/2 수준 같다”며 “절약하면 한달간 100만원으로도 지낼 수 있다”고 말했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항공편이다. 루프트한자·KLM네덜란드·카타르·터키·러시아 항공 등이 트빌리시행 1~2회 경유 항공편을 운항 중이다. 운임은 80만~150만원까지 매우 다양하니 미리 예매할수록 유리하겠다. 한진관광을 통해 여행을 예약하게 되면 대한항공 전세기를 이용할 수 있다.
조지아 정교회의 총본산인 ‘성 삼위일체(트리니티) 대성당’./사진제공=내일투어
조지아는 다양한 나라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만큼 각양각색의 문화권을 지닌 이색적 경관을 보여준다. 이런 이유로 2017년 7월 MBC ‘오지의 마법사’로 방영된 바 있다. 수도 트빌리시는 흑해와 카스피해를 잇는 교통의 요지로 숱한 전쟁에 휘말렸지만 예전의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다. 4세기 기독교를 받아들였는데 조지아 정교회 총본산인 성 삼위일체(트리니티) 대성당이 상징적 건축물로 손꼽힌다. 번쩍이는 황금돔에 십자가 역시 황금으로 만든 십자가가 인상적이다. 전세계 정교회 교회 중 세 번째로 큰 성당으로 조지아 정교회의 독립 1,500년과 예수 탄신 2,000년을 기념하고자 1989년부터 기획에 들어갔다. 1994년 공사를 시작해 2004년 완공했다니 역사가 긴 곳은 아니다. 별도의 입장료는 없고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개방한다.
아랍과 유럽의 건축 양식을 지닌 나리칼라 요새./사진제공=KRT여행사
인근엔 ‘난공불락’이라는 뜻의 나리칼라 요새가 있다. 산등성이 위에 지어진 상부와 므츠바리강을 가로막고 있는 하부로 나뉜다. 성채로 지어진 상부에선 트빌리시의 전경이 내려다보이기도 한다. 요새 안에는 넓은 뜰이 있으며 성 니콜라이 교회가 온전히 보존돼 있다. 그러나 비잔틴제국·페르시아 등 외세의 침략으로 훼손과 복구를 반복했다. 4세기에 지어진 이 요새는 이후 이슬람의 우마야드 왕조가 증축, 16~17세기 대대적 확장 공사를 벌였다. 때문에 아랍과 유럽의 건축 양식을 모두 품고 있어 이색적 매력을 뽐낸다. 많은 여행객들은 이곳을 직접 걸어가기보단 케이블카를 타고 오른다. 편할뿐더러 탑승 가격도 일반 버스비와 큰 차이가 없다고 한다. 특히 케이블카 승강장 인근엔 도시 어디에서도 보일 만큼 거대한 ‘조지아 어머니상(像)’이 우뚝 솟아있다.
프로메테우스 신화가 깃든 카즈베크산은 게르게티 트리니티 수도원을 품고 있다./사진제공=KRT여행사
트빌리시에서 약 150km 거리에 있는 카즈베기는 조지아 북부의 작은 시골 마을이다. 정식 명칭은 ‘스테판 츠민다’이지만 소련 당시의 러시아식 이름인 카즈베기로 더 유명하다. 카즈베기에 가려면 트빌리시 북부 디두베 터미널에서 20인승 미니버스 ‘마슈룻카(Marshrutka)’를 타고 가야 한다. 요금은 10라리(약 4,000원). 카프카스 산맥의 미봉(美峰) 카즈베크산은 해발고도 5,047m로 프로메테우스 신화가 깃들어있다. 독수리에 심장을 쪼아 먹혔다는 전설처럼 얼음으로 뒤덮인 산의 정상엔 유독 독수리가 많이 날아다닌다. 또 다른 명소로는 게르게티 트리니티 수도원이 있다. 14세기 지어진 이곳은 2,170m 고봉에 자리잡아 고요하고 청빈한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김태원기자 reviva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