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UPI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고 대북압박 공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과 북러정상회담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 북한 문제를 논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푸틴 대통령은 북한의 성실한 의무 이행을 전제로 한 대북제재 완화 필요성을 거론하며 러시아의 대북 역할 확대에 견제구를 던진 트럼프 대통령에게 맞불을 놨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취재진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이 오늘 아침 푸틴 대통령과 (전화로) 1시간여 대화를 했고 아주 좋은 논의를 했다”며 “논의 주제는 북한과 우크라이나, 베네수엘라로 전체적으로 아주 긍정적인 대화였다”고 밝혔다. 샌더스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서 받은 메시지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통화의 상당한 시간을 북한에 관해 얘기했고 (북한) 비핵화의 필요성과 약속을 되풀이했다”면서 즉답을 피했다. 그는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차례에 걸쳐 러시아가 나서서 북한 비핵화에 압박을 가하도록 계속 돕는 것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언급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압박 공조 지속을 강조한 것은 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반도 비핵화 협상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푸틴 대통령의 움직임을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러시아의 역할을 대북제재 공조에 묶어두면서 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이라는 새로운 지렛대에 기대 교착상태인 북미협상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것을 차단하려는 의미도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크렘린궁도 이날 공보실 명의의 언론 보도문을 내고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 주요 결과에 대해 설명했다”고 밝혔다. 크렘린궁은 이어 “(푸틴 대통령은) 북한의 성실한 의무 이행에 대해 대북 제재 압박 완화의 상응 행보가 동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며 “양측 모두 비핵화와 한반도(정세)의 장기적 정상화 달성 여정에서 지속적 진전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언급했다”고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은 대북압박 공조를 압박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의 성실한 의무 이행을 전제로 제재완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응수한 셈이다. 푸틴 대통령의 대북제재 완화 언급은 김 위원장의 요청에 따른 것일 가능성이 있다. 푸틴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한 후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체제안전보장 필요성과 이를 위한 6자회담의 효용성을 거론하는 한편, 김 위원장이 미국 측에 자신의 입장을 전달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힌 바 있다./김창영기자 kc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