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문무일 검찰총장이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인천=윤경환기자
정부와 국회의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반발해 해외 출장 일정을 취소하고 조기 귀국한 문무일 검찰총장이 사의도 표명할 수 있다는 강경한 귀국 메시지를 던졌다. ‘국민 기본권에 빈틈’, ‘국가 수사 권능 혼선’이라는 표현으로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다시 한 번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문 총장은 4일 오전 8시께 출장지인 키르기스스탄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한 직후 취재진과 만나 “어떤 경우에도 국민의 기본권 보호에 빈틈이 생기는 경우가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과거 검찰의 업무 수행에 관해서 시대적인 지적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업무 수행 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한다”면서도 “ 국가의 수사 권능 작용에 혼선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향후 거취에 대한 질문에는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 공무원으로 근무하면서 자리를 탐한 적이 없다”고 답해 최악의 경우 사의도 표명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전날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검찰 비판 발언에 관해서는 “옳은 말씀”이라면서도 “나름 사정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장관의 말을 그대로 동의하기는 어렵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박 장관은 지난 3일 경기도 수원에서 열린 ‘수원고검 개청식 및 수원검찰청사 준공식’에서 검찰 조직을 겨냥해 “조직이기주의라는 국민 지탄을 받지 않으려면 구체적 현실 상황과 합리적 근거에 입각해 논의해야 한다”며 “검찰의 수사 관행은 물론이고 권한도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맞도록 재조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법률안들은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리에 반하는 것”이라는 문 총장의 1일 입장문을 문자 그대로 인용해 반박한 것이다.
문 총장은 검경 수사권 조정을 두고 검찰 내부에 동요가 일어나는 문제에 대해서는 “차차 알아보고 대응하겠다”고 설명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에 대한 입장 변화가 있는지 물은 질문에는 “이미 여러 차례 입장을 밝혔다”며 “검찰의 기소 독점에 관해서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다”고 강조했다. 현재 검찰은 공수처 설치 자체에 반대하고 있지는 않지만 이를 행정부 산하가 아닌 독립기구로 두는 데에는 반대하고 있다. 새 수사기관을 신설하면서 일부만 기소 대상으로 삼는 것도 문제라는 입장이다.
문 총장은 이밖에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대한 경찰 측 주장에 대해서는 추후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당초 주말에 곧바로 열릴 것으로 예상됐던 대검찰청 간부회의에 대해서도 “긴박하게 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문 총장은 당초 지난달 28일부터 오만·키르기스스탄·에콰도르 대검찰청과 우즈베키스탄 대검찰청·내무부를 순차적으로 방문한 뒤 9일 귀국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국회가 검경 수사권 조정안과 공수처 설치법안 등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자 1일 기자단에 “현재 국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형사사법제도 논의를 지켜보면서 검찰총장으로서 우려를 금할 수 없다”는 입장문을 보내고 남은 일정을 전격 취소했다.
/인천=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