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미국의 육류 대체품 기업인 ‘비욘드미트’ 관계자들이 뉴욕 나스닥 거래소에서 비욘드미트의 나스닥 상장을 축하하고 있다./뉴욕=AFP연합뉴스
식물성 패티지만 고기 맛이 가득한 ‘버거킹 와퍼’, 고기 없이도 훈제 향이 가득한 ‘타코’ 등 고기가 들어가지 않은 ‘가짜 고기’가 전 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채식주의자에게만 한정됐던 대체 육류가 최근 들어 웰빙 열풍과 동물 복지에 대한 높은 관심과 맞물려 시장이 급속하게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여기에 중국 전 지역을 강타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에 따른 육류 가격 폭등도 가짜 고기에 대한 진입 장벽을 허물고 있다.
2일(현지시간) 미국의 육류 대체품 기업인 ‘비욘드미트’는 나스닥 상장 첫날 공모가의 3배 가까이 뛰어오르며 뉴욕 증시에 화려하게 데뷔했다. 나스닥 상장 첫날인 이날 비욘드미트는 공모가(25달러)보다 40.75달러 높은 65.7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주가 상승률은 163%로, 공모가의 3배 가까이 뛰어 오른 셈이다.
당초 비욘드미트는 875만 주를 주당 19∼21달러에 발행할 계획이었고, 희망공모가 최상단인 주당 21달러에 발행될 경우 비욘드미트의 기업가치는 12억달러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상장 첫날 뚜껑을 열자 공모가는 예상보다 높은 25달러에 발행됐고, 주가 급등으로 시가총액은 37억7,600만달러(4조3,900억원)까지 올라섰다.
CNBC는 “전통적인 식품기업의 기업가치는 통상 매출의 2배 안팎”이라며 “비욘드미트는 투자자들에게 식품기업이 아닌,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으로 평가받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비욘드미트 홈페이지 캡처
미국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비욘드미트는 식물성 단백질로 만드는 육류 대체품과 세포 배양을 통한 인공 고기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비욘드미트는 2009년 설립 이후 사업 초기에는 냉동 닭 대체품 제조에 주력했으나 이후 채식주의 식단을 선호하는 흐름이 점차 커지면서 덩치를 키워왔다. 기존 소고기 패티와 맛, 조리법, 생김새가 매우 흡사한 식물성 고기 패티 ‘비욘드버거’가 비욘드미트의 간판 제품이다.
빌 게이츠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등이 투자하며 유명세를 탔던 비욘드미트는 올 3월 한국 시장에도 진출해 일부 온라인 쇼핑몰과 채식주의 레스토랑 일부에 입점했다. 앞서 비욘드미트는 패스트푸드 체인인 ‘델 타코’와 함께 고기 없는 타코 판매에 나서기로 발표했다.
대체 육류 산업 부문에서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곳은 비욘드미트 외에도 ‘임파서블 푸드’ 등이 있다.
비욘드미트의 주요 경쟁자인 임파서블 푸드는 햄버거 업체 ‘버거킹’과 파트너십을 맺고 일부 지역에서 고기 없는 와퍼 판매를 개시했다. 임파서블 푸드는 유전자를 조작한 누룩으로 생산하는 헴(Heme·혈색소 성분)을 이용해 식물성 패티에 실제 고기와 유사한 맛을 구현한 실리콘밸리 기업이다.
버거킹에서 새로 출시한 식물성 버거인 ‘임파서블 와퍼’/임파서블 푸즈 홈페이지 캡처
현재 버거킹은 임파서블푸드에서 납품받은 패티로 버거를 만들어 미국 세인트루이스 지역 59개 체인점에서 시험판매를 하고 있다.
크리스토퍼 피나조 버거킹 북미 회장은 “와퍼에 대한 기대에 부응하는 것을 내놓고 싶었다”며 “체인점주, 사무실 직원, 동업자들에게 블라인드 테스트를 했더니 아무도 (기존 버거와의)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버거킹은 식물성 버거에 ‘임파서블 버거’라는 이름을 붙였다.
두툼한 고기를 앞세우며 정통 버거의 자존심을 강조하던 버거킹이 채식 버거에 본격적으로 손을 댄 것은 고객 수요의 변화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가 2015년 햄버거 패티를 비롯한 가공육을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해 심각한 우려와 논쟁을 촉발하는 등 고객들의 관심이 건강으로 무게 중심을 옮겨가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육류 대체품의 성장 전망이 긍정적으로 변했고, 투자자들의 관심도 높아졌다.
닐슨 자료에 따르면 식물성 육류의 판매량은 2018년 6월 기준 전년 동기 대비 24% 증가한 6억7,000만 달러를 기록한 반면 동물성 고기 판매량은 2% 성장하는 데 그쳤다.
실제로 임파서블 푸즈는 구글 벤처스, 코슬라 벤처스, 허라이즌스 벤처, 타이슨 푸즈 등 글로벌 기업을 투자자로 두고 있다. 올해 후반에는 세계 최대의 육류 생산업체인 타이슨도 관련 제품들을 출시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여기에 중국을 강타하고 있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에 따른 육류 가격 폭등도 대체 육류에 기회가 되고 있다. 돈육가격은 지난 4월 첫째 주 36%로 급등하며 4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아직까지 대체 육류 가격이 실제 육류에 비해 매력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 않지만 최근 가격 폭등으로 상당부분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는 평가다. 여기에 비위생적인 사육 환경에 따른 각종 질병 창궐과 좁은 우리에서 사육을 하면서 동물 복지에 대한 지적도 나오고 있는 점도 대체 육류 활성화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는 “육류 대체품 수요가 급격히 증가해 새로운 전쟁터가 생겼다”며 “버거킹의 이번 조치를 보면 업체들이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 라이벌보다 우위를 누리려고 얼마나 새로운 시도를 하는지 잘 드러난다”고 해설했다.
/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