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주 비건 방한 앞두고 단거리발사체 쏜 北 ...김정은, 美에 '새로운 길' 압박

ICBM급 아닌 만큼 한미 태도변화 촉구 저강도 압박 분석
비건 방한, 북미 물밑접촉 가능성...협상력 높이는 차원
韓에도 개성공단 재개 등 압박 및 한미 연합훈련 불만


북한이 내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특별대표의 방한을 앞두고 단거리 발사체를 쏘며 무력시위에 나섰다.

미국을 직접 겨냥한 대륙 간 탄도미사일은 아니지만 대북제재를 강화하고 있는 한미일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기 위한 압박용으로 해석된다.


북한은 협상에서 긴장수위를 높이는 벼랑 끝 전술을 통해 그간 많은 성과를 내왔다. 실제 지난해 4.27 판문점 선언을 통해 시작된 비핵화 협상의 시작도 2017년 11월 29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을 발사하면서 한반도의 전운이 감돌았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비핵화 협상에 임하면서 비록 핵 보유 인정 및 체제보장, 제재해제라는 최종목적은 달성하지 못했지만 국제사회에 정상국가의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만드는 등 성과도 적지않았다.

김 위원장은 하노이 노딜 이후 미국의 태도변화를 촉구하기 위해 저강도 도발 수위를 높여가며 트럼프 행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미국 조야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노딜에 대한 평가가 차츰 부정적으로 바뀌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이 북한을 방치하며 북핵 프로그램이 고도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재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 리스크 관리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특히 비건 대표가 내주 방한하는 만큼 북미 간 물밑협상에 들어갈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단거리 발사체를 쏜 것은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16일 공군 제1017군부대 전투비행사들의 비행훈련을 현지 지도했다고 조선중앙TV가 17일 보도했다./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합동참모본부는 4일 “북한은 오늘 오전 9시 6분경부터 9시 27분경까지 (강원도) 원산 북방 호도반도 일대에서 북동쪽 방향으로 불상 단거리 발사체 수 발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앞서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달 16일 평양의 반항공 방어를 맡은 항공·반항공군 제1017부대 전투비행사들의 비행훈련을 지도하며 첫 군사 행보에 나섰다. 또 이튿날인 17일에는 국방과학원이 진행한 신형 전술 유도무기의 사격 시험을 참관하고 국방과학기술의 첨단화 등을 위한 목표를 제시했다.

이번 발사는 금강산 관광 및 개성공단 재개에 나서지 않는 남측 정부에 대한 불만의 메시지를 보내는 한편 군에 대한 불만을 달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북한은 최근 한미 연합훈련 등을 문제 삼고 대남 비난 수위를 높여왔다.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지난달 25일 대변인 담화를 통해 최근 시작된 한미 연합공중훈련을 비난하며 “북남관계 개선의 분위기를 살려 나가느냐 마느냐 하는 중대한 시기에 우리를 반대하는 노골적인 배신행위가 북남관계 전반을 돌이킬 수 없는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조평통은 이번 훈련이 남북관계를 ‘판문점선언 이전’으로 되돌아가게 할 수도 있는 행위라면서 “상응한 우리 군대의 대응도 불가피하게 될 수 있다”라고까지 위협했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