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4일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린 ‘문재인 STOP, 국민이 심판합니다’ 3차 장외집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당, 정부규탄..국토대장정 돌입=정치·사법 개혁법안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후폭풍이 가라앉질 않습니다. ‘독재타도·헌법수호’를 외치며 장외집회를 이어가는 자유한국당이 쉽사리 국회에 복귀할 것 같진 않습니다. 삭발 투쟁에 이어 장외집회를 전국으로 확대해 가는 모습입니다. 이를 두고 더불어민주당 등 범여권은 “오래 못 간다”고 맞불을 놓는 모습입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한국당을 향해 “저희도 많이 해봐서 알지만 오래 못 간다”고 했고,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21세기 야당 의원은 투쟁 방법 중 세 가지를 하지 말아야 한다. 삭발, 단식, 의원직 사퇴다. 20세기 구석기 시대 투쟁 방법을 지양하라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박 의원은 “우리가 많이 해봐서 안다”고 지적했습니다. 황 대표를 향해 일종의 ‘정치신인’이라는 프레임을 설정하고 국회복귀를 압박하는 건데 이에 질세라 한국당은 오는 7일부터 전국을 돌며 ‘문재인 정부 규탄 국토대장정(국토대장정)’에 돌입합니다.
◇한국당 지지도, 현 정부 들어 최고치 경신=강경한 한국당은 ‘집토끼’를 제법 끌어모으는 데 성공했습니다. 리얼미터가 6일 발표한 5월 1주차 정당지지도에서 한국당은 전주보다 1.5%포인트 상승해 33.0%로 3주 연속 상승하며 문재인 정부 집권 후 주간집계 기준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한국당은 대구·경북(TK)과 부산·울산·경남(PK), 경기·인천, 40대와 30대, 보수층을 결집시키고 있습니다. 이제 ‘산토끼’를 얼마나 잡느냐가 장외투쟁의 강도와 기간을 결정할 겁니다. 한국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와해된 지지층을 확실하게 결집시키고 산토끼까지 집어삼킬까요.
한국당 내부에선 입당 110여일, 당 대표 취임 70일만에 황 대표가 정치신인답지 않게 정치에 맛이 들렸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검사출신으로 대중정치가 낯설 만도 한데 지난 4·3보궐선거를 거치고, 장외집회를 거듭하면서 대중과 만나는 데 어색함이 없어졌다는 이야기입니다. 일각에서는 2004년 박근혜 당시 대표의 ‘천막당사’와 같이 차기를 노릴 결정적인 도약대를 만들고 있다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국회 내 산적한 민생입법이 끝내 좌초되더라도 집권여당의 탓으로 돌리고, 세를 모아 총선과 이후 대선까지도 내다볼 수 있는 입지를 다지는 데 황 대표가 천부적인 소질을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황 대표는 국토대장정 기간 걷고, 자전거를 타고, 대중교통을 통해 국민들과 호흡하겠다는 계획도 세워두고 있습니다. 중소기업과 시장을 돌며, 현 정부 실정을 드러내고 ‘황교안 리더십’을 국민들에게 각인시키겠다는 의지입니다. 일부에서 8일 민주당 새 원내지도부가 구성되면 출구전략을 찾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현장을 돌며 정부 압박을 위한 동력을 모으는 게 보다 ‘총선’에 승산이 있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습니다.
지난 3일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첫 공립 전환 유치원인 구암유치원을 찾은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오른쪽)와 홍영표 원내대표가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주고 있다. /연합뉴스
◇‘민생행보’ 민주당..중도층 결집=패스트트랙 지정 이후 한국당의 국회 복귀를 위해 다소 유화 제스처를 취했던 민주당도 제 갈 길을 가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에서 발생한 고소·고발을 취하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전국을 돌며 민심을 청취하는 ‘청책(聽策)투어 시즌2’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국토대장정으로 ‘투쟁’ 강도를 높이는 자유한국당과 달리 ‘일하는 여당’을 알리는 데 주력하겠다는 목표입니다. 이달 들어 하루가 멀다 하고 당정협의를 거쳐 산불피해 복구대책을 마련하고 정부 내에 청년 문제 컨트롤타워를 신설하는 등 민생 행보에 나섰고, 한국당을 ‘민생포기’ 정당으로로 규정해 강한 압박을 가하겠다는 것입니다. 한국당에 대한 맞불이 성공했을까요. 리얼미터의 같은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의 지지율은 전주보다 2.1%포인트 상승해 3주 연속 오름세를 기록하며 40.1%를 나타냈습니다. 2월 3주차(40.4%) 이후 10주 만에 40%대를 회복했고,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도 1.7%포인트 올라 49.1%로 7주 연속 40%대 후반을 유지하며 50%선에 다가섰습니다. 진보·보수 진영별 양극화가 심화하는 모습입니다.
◇황교안 “나는 원외..복귀할게 없다”=이중 관심을 끄는 것은 중도층이 여권으로 쏠린 조사결과입니다. 민주당과 한국당 지지도는 나란히 상승했지만 중도층은 민주당으로 결집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민주당은 중도층에서 7.7%포인트(33.7%→41.4%) 상승했고, 진보층과 호남, 충청권, 경기·인천, 서울, 60대 이상과 50대, 30대, 40대 등 대부분의 지역과 계층에서 상승했습니다. 반면 현 정부 집권 후 주간집계 최고치를 경신한 한국당은 중도층에서 2.1%포인트(32.7%→30.6%) 하락했고 충청권과 호남, 20대에서 지지층이 이탈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패스트트랙 정국과 장외투쟁을 거치며 핵심 지지층 복원에는 성공했지만 ‘중원’을 차지하는 데는 비상등이 켜진 셈입니다. 그런데도 지난 5일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당 북핵외교안보특위 회의 직후 기자들을 만나 “언제 국회에 복귀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저는 원외에 있어요. 복귀할 게 없어요”라고 말했습니다. 정치 시작 100여일 만에 정치에 맛들린 황 대표가 산전수전 다 겪은 ‘노련한’ 이해찬 대표를 상대로 중원까지 차지하는 결과를 얻어낼지 지켜볼 일입니다.
앞서 인용한 여론조사는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3일까지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018명을 무선(80%)·유선(20%) 임의걸기(RDD) 전화면접(CATI)·자동응답(ARS) 혼용의 방식으로 실시됐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 ±2.2%p입니다.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리얼미터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송종호기자 joist1894@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