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진율부터 차별…중소면세점 "수익 꿈도 못꿔"

■'중소·중견 면세점 현황' 입수
대기업과 마진율 최대 6%P 차이
할인율도 밀려 고사위기 직전
빅3 점유율은 88%까지 높아져
이와중에 정부는 추가설치 논의
업계 "면세점 상생안부터 수립을"


한화갤러리아가 3년 반 만에 면세점 사업을 포기한 가운데 중소중견 면세사업자들이 대기업 면세사업자의 과도한 할인과 대기업의 차별화된 마진율 정책으로 고사 위기 직전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세청이 다음 주 보세판매장 제도운영위원회를 열어 시내면세점 신규 특허에 대해 논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업계에서는 통계의 오류에 빠진 탁상행정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3일 서울경제신문이 중소 면세업체가 정부 여당에 제출한 ‘중소중견 면세점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대기업 면세 사업자들은 내국인과 비교해 외국인에 2배 이상의 할인율을 적용하고, 입점 기업들은 업체 규모에 따라 최대 6% 이상 차이가 나는 마진율을 책정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에서는 대기업이 상생을 위해 중소중견 면세점에 적극 입점하고, 정부가 맞춤형 정책을 내놓는 등의 상생을 위한 대책이 나오지 않을 경우 중소중견 면세점이 최근 면세점 시장에서 철수한 한화에 뒤를 이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대기업, 높은 마진율·물량 확보 등 출발부터 달라=시내 면세점 과열은 급기야 국내 고객과 외국 고객 간의 과도한 역차별을 낳고 있다. 현황 자료에 따르면 한 대형 면세업체는 유명 화장품 업체 브랜드에 대해 내국인 고객 대상 할인율은 20%로 적용한 반면 외국인 대량 구매고객 대상으로는 50% 수준으로 판매하고 있다. 시내 면세점 과열 경쟁 속에 중소 중견 면세점 뿐 아니라 한국 소비자까지도 피해를 입고 있는 것이다.


유명 브랜드가 마진율을 면세점 규모별로 최대 6% 포인트 차이가 나도록 책정하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실제로 국내 대형 화장품 업체의 경우 특정 브랜드에 대해 대형 면세점의 마진율을 50%로 책정하는 반면 중소중견면세점에 대해서는 43.5%로 불리한 마진율을 적용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배분 물량에서도 차별을 겪는다. 보따리상은 짧은 시간에 최대한 많은 인기 수량을 구매해야 하는데 인기품목이 대형 업체 쪽으로 몰리며 중소중견 업체는 이들을 유치하는 것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해 상위 3개사(신라는 HDC 신라계열 포함)의 지난해 시장 점유율 합계는 85%에 달했다. 월 매출 2조원을 넘어선 지난 2월 서울 시내 면세점에 대해서는 상위 3개사 점유율 합계가 88%까지 높아졌다.

◇“담배의 경우 중소·중견 면세점에만 입점도 방법”=“중소중견 면세점들은 공항을 제외하고 서울이고 지방이고 어느 하나 수익을 내는 곳이 없다.” 중소 면세점 업계 고위 관계자 A씨는 현재 중소중견 면세점의 상황이 고사위기 직전이라고 진단했다. 가장 큰 문제는 국내 대기업의 역차별. 면세점에 입점한 일부 대기업은 브랜드 관리 등의 이유로 중소중견 면세점에 안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제품 구매 단가가 대기업 면세점에 비해 비싼데다 외국인들이 주로 찾는 국내 제품마저 보유하지 못하면서 경쟁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A씨는 “중소중견 면세점을 살리기 위해서는 우선 대기업 브랜드들이 중소기업 보호·육성차원에서 상대적으로 규모가 크지 않은 면세점에 들어와야 한다”며 “지금처럼 대형 면세점에만 입점할 경우 중소중견 면세점은 더 이상 존립할 수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기업 면세점과 중소중견 면세점의 특성을 감안한 정책도 필요하다고 업계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A씨는 “담배와 같이 대기업 면세 사업장에서 매출 비중이크지 않은 제품을 중소중견 면세점에서만 팔게 하는 것이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면세점을 수출 창구라고 바라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면세점 박람회 도입 등 면세점 시장을 활성화 시킬 수 있는 좀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부 시장왜곡 무시하고 시내면세점 추가 설치만 고집”=면세점이 더 이상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닌 마당인데 정부는 시내면세점 추가 설치를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관세청은 다음주께 보세판매장 제도운영위원회를 열어 시내면세점 신규 특허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개정된 관세법 시행령에 따르면 광역자치단체별 시내면세점은 매출이 전년 대비 2,000억원 이상 늘거나 외국인 관광객이 20만 명 이상 증가하면 신규 특허를 발급할 수 있도록 했다. 수치상으론 요건을 충족했지만 실상을 열어보면 업계와 정부의 온도차가 확연하다. 추가 시내 면세점은 부익부빈익빈 현상을 더욱 심화할 뿐 아니라 아직 자리잡지 못한 중소·중견 면세점의 경쟁력을 더욱 떨어뜨리는 방아쇠가 될 것이라는 것은 시장에선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다. 업계 관계자는 “동화·SM면세점에 앞서 더 영세한 규모의 탑시티면세점 신촌점이 먼저 쓰러질 수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귀띔했다. 탑시티면세점은 임대차계약 관련 신촌역사와 소송을 벌여 특허 취소 위기에 처해있는 상황이다./김보리·박성규·변수연기자 bor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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