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이 최대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태림포장(011280) 인수전에 글로벌 ‘톱 티어’ 제지업체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 국내 제지업계 1위인 한솔제지(213500)를 비롯해 신대양·아세아제지(002310) 등 골판지 업체와 포장재 기업에 더해 글로벌 전략적 투자자(SI)가 가세하면서 태림포장의 매각 가격도 치솟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폐지 수입을 중단한 중국 SI가 적극적으로 인수전에 나설 경우 국내 골판지 업계도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태림포장그룹의 매각주관사인 모건스탠리증권이 지난 26일 미국과 중국, 유럽, 아프리카 등의 제지업체 등 8곳의 해외 전략적 투자자(SI)에 투자안내문(티저레터)을 발송한 것으로 확인됐다.
IMM PE가 매각에 나선 태림포장그룹의 덩치는 1조원을 훌쩍 넘는다. 태림포장의 지난해 매출은 연결재무제표 기준 6,087억원, 태림페이퍼는 4,829억원에 달한다. 두 기업의 매출만 1조916억원. 영업이익도 태림포장 357억원, 태림페이퍼가 884억원으로 합하면 1,000억원 이상이다. 두 회사의 감가상각전 영업이익(EBITDA)은 1,602억원(태림포장 590억원, 태림페이퍼 1,012억원)에 달한다. 두 회사를 묶어서 파는 이번 M&A 거래에서 매각가가 1조원을 넘을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당초 이번 인수전에 나선 국내 SI와 재무적 투자자(FI)는 부채와 지분율 등을 고려하면 실제 매각 가격이 7,000억~8,000억원선이 될 것으로 내다봤었다. IMM PE는 태림포장 71%, 계열회사인 태림페이퍼는 10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 SI 중 유력한 후보인 한솔제지의 경우 정적 인수 가격을 6,500억원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한솔제지를 비롯해 동종업계인 신대양제지(016590), 아세아제지가 인수 후보로 꼽히고 있다. 포장재 업체인 동원시스템즈(014820)를 보유한 동원그룹도 티저레터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해외 SI가 인수전에 참가할 경우 몸값은 더욱 뛸 수 있다. 우선 골판지 업계의 호황은 국내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한국제지연합회에 따르면 2015년 전 세계 시장 기준으로만 놓고 봐도 골판지는 39%로 전체 지종 중에서 생산 비중 1위였다. 이후 전자상거래가 급증하면서 포장재 수요는 더욱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실제로 시장조사기관 이마케터(emarketer)에 따르면 2015년 1조5,480억달러(1,802조원)였던 글로벌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는 2020년 4조580억달러(4,725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제지업체도 전자상거래 시장의 성장을 등에 업고 급성장하고 있다. 단적인 사례가 글로벌 1위 제지업체인 미국 인터내셔널페이퍼다. 2015년 223억6,500만달러(한화 약 26조원)였던 매출이 2016년 194억9,500만달러(22조8,000억원)으로 급감했다. 하지만 이후 포장재 수요 폭발을 등에 업고 급성장해 지난해 기준 233억6,000만달러(27조1,000억원) 수준까지 매출을 키웠다. 현재 인터내셔널페이퍼의 매출 중 골판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70%에 달한다. 전 세계적으로 골판지 수요가 팽창하고 있는 만큼 희소가치가 높은 태림포장의 몸값도 덩달아 뛸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중국 SI가 공격적으로 인수전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경우 폐지나 고지 수입이 안 될 경우 골판지 생산이 어려운 구조다. 2016년 기준 중국의 제지 생산량은 1억919만톤(t)으로 미국(7,267만톤)을 멀찌감치 따돌린 1위였다. 하지만 소비량은 1인당 77.2㎏으로 미국(220.7㎏)이나 우리나라(197.2㎏)에 3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소비량이 적은 만큼 골판지 생산에 필요한 폐지를 해외에서 수입해와야 하는데 당국이 허용하는 쿼터는 제한적인 상황. 태림포장을 인수할 경우 원지 공급 선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실제로 중국 SI의 경우 매각 얘기가 나올 시기부터 재무적투자자(FI)와 컨소시엄을 꾸리는 등 일찌감치 준비를 끝마친 것으로 전해진다.
태림포장이 중국 업체 품에 안길 경우 국내 골판지 업계도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 태림포장이 국내에 공급하는 물량이 줄어들 경우 그만큼 골판지 가격이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중국 업체가 높은 가격을 써낼 경우 관련 업종의 기업가치도 훌쩍 뛸 수 있다. 국내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모바일 커머스 분야 성장이 연 10%, 물동량도 연 15% 성장하면서 박스 가격이 올라가는 중인데 국내 1위인 태림포장의 생산량이 중국으로 갈 경우 가격은 더 가파르게 오르고 수익성은 더 좋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