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0년 공공임대주택’ 사업을 중단하고 장기임대 방식으로 전환하는 작업에 착수한 사실이 확인됐다. 저소득층의 내집마련을 돕기 위해 지난 2003년 도입된 10년 공공임대는 주변 시세의 60% 선에서 10년 임대 후 입주자에게 감정평가액으로 우선 분양받을 권리를 주는 제도다. 최근 판교 등 여러 지역에서 분양전환 가격 산정을 놓고 사업주체와 세입자 간에 갈등이 빚어지면서 정부가 공급을 중단한 것이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최근 10년 공공임대 방식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추진해온 파주 운정3지구 A24 블록의 ‘공공주택 건설사업 사업계획’을 취소했다. 대신 해당 사업지구의 사업방식을 국민·영구임대로 바꿔 새롭게 승인했다. 국토부가 10년 공공임대로 계획된 부지의 사업방식을 변경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의 이 같은 방침에 대해 서민들의 ‘내집마련’ 기회로 활용돼온 제도를 급작스럽게 바꾼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16년 만에 사라지는 10년 공공임대 = 10년 공공임대 폐지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장기임대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해 볼 수 있다는 정도의 계획은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방안이 나온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파주 운정 3지구 사업 방식 변경은 국토부의 10년 공공임대 폐지 방침이 반영된 첫 사례로 업계는 해석하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분양전환 공공임대주택은 2003년부터 도입됐다. 이후 10년 임대 약 12만 가구가 건설됐고, 지난해 말부터 순차적으로 분양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성남 판교, 강남 세곡, 수원 광교 등의 경우 집값이 급등하면서 분양전환 가격도 크게 오르자 입주자들이 분양전환 가격을 낮춰달라고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실제로 지난 2009년 판교 10년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한 5,644가구 입주민들은 올해 8월부터 분양 전환을 앞두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갈등을 빚고 있다. 입주민들은 조성원가와 감정평가액 평균으로 분양 전환 가격을 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국토부와 LH는 이 지역 시세가 10년 새 두 배 가까이 뛰었다며 최근 시세에 맞춘 감정평가금액에 기초해 책정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임대주택 공급계획 차질 빚나 = 국토부는 파주 운정 3지구를 필두로 착공하지 않은 단지에 대해 장기임대 전환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도입 이후 16년 만에 제도가 사라지는 셈이다.
분양전환 공공임대주택이 사라지면 정부의 공공임대주택 공급 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5년간 공공주택 10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공약을 내걸면서, 그중 65만 가구를 공공임대주택으로 짓겠다고 했다. 분양전환 방식 공공임대 주택은 민간기업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어 단기간에 공공임대주택을 늘릴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으로 평가받았다.
아울러 서민들의 내집 마련 기회를 줄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전문가는 “정부가 서민들은 ‘자기 집’이 아닌 ‘머물 집’만 있으면 된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최소한의 내 집 마련 기회조차 주지 않으려는 것”이라며 “분양 전환 임대주택을 줄이더라도 지금의 절반 정도 수준은 남겨둬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진동영기자 j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