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ICBM 아냐, 협상 의지"…'레드라인 함정' 빠진 한미

[이슈앤워치-다시 시작된 北 벼랑끝 전술]
동해 발사체 미사일이 분명한데
협상 우려…도발 의도적 저평가
美, 北 자극 피하려 '신중대응' 이어
국정원 "지대지발사체, 도발로 안봐"

북한이 지난 4일 동해로 발사한 발사체가 미사일임이 분명한데도 북미 비핵화 협상에 미칠 파장을 우려해 한국과 미국은 말을 아끼고 있다. 한미가 ‘미사일을 미사일이라고 부르지 못하고 발사체라고 하는’ 이 상황에 대해 전문가들은 북한의 벼랑 끝 전술에 휘말려 ‘레드라인 함정’에 빠져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5일(현지시간) 미 폭스뉴스 등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발사체와 관련해 “데이터를 계속 평가하고 있다”며 탄도미사일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 폼페이오 장관은 “중거리미사일이나 장거리미사일·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아니라는 높은 확신을 갖고 있다”며 미국이 설정한 레드라인인 ICBM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협상을 이어가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CNN방송은 이날 북한에서 4일 동해로 발사한 발사체가 단거리미사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6일 청와대는 북한 발사체에 대해 이틀째 함구하며 ‘신중 모드’를 유지했다. 북한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청와대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신 관계부처 장관회의를 소집하고 회의 직후 서면 브리핑에서도 ‘도발’이나 ‘규탄’ 등 강경표현 없이 대응수위를 조절하고 있다. 국가정보원도 이날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발사와 관련해 “모양만 보면 표면상으로는 지대지로 보인다”며 “이번 발사는 과거처럼 도발적인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미가 미사일을 미사일로 부르지 못하고 발사체라고 한 것은 북미 비핵화 협상에 미칠 파장이 크기 때문이다. 이번에 쏜 발사체가 탄도미사일로 공식 확인되면 북한의 모든 탄도미사일 발사실험을 금지한 유엔안보리 결의뿐 아니라 9·19 남북군사합의 위반에도 해당하는 중대한 적대행위가 된다. 서경펠로(자문단)인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정부가 비핵화라는 목적에 치우쳐 북한의 도발에 대처하지 못하면 국가안보가 위태로워진다”고 지적했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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