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세 인하폭이 7일부터 축소되는 가운데 6일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에서 주유를 하려는 차량들이 북적이고 있다. /성형주기자
물가논쟁이 뜨겁다. 유류세 인하 축소, 삼겹살 가격 급등, 환율상승 등으로 생활물가가 심상치 않다는 분석이 있는가 하면 소비와 투자부진으로 준(準) 디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진단도 있다.
우선 기름값이 들썩인다. 6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을 보면 5월 첫째 주 전국 평균 보통휘발유 가격은 ℓ당 1,460원으로 지난해 12월 첫째주(1,481원) 이후 21주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전국서 기름값이 가장 비싼 서울은 1,553원대까지 치솟았다. 경유 가격도 1,342.7원으로 역시 21주 만에 최고 수준이다.
상승세는 더 가팔라질 전망이다. 7일부터 유류세 인하 폭이 15%에서 7%로 축소돼 휘발유는 ℓ당 65원, 경유는 46원씩 가격이 오른다. 휘발유 가격이 전국 평균 1,500원대, 서울은 1,600원대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이란산 원유 수입까지 막혀 단기적으로 기름값은 더 오를 수 있다.
밥상물가도 불안하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돼지고기 삼겹살 가격은 100g당 2,663원으로 한 달 만에 16.5% 나 뛰었다. 전 세계 돼지고기 수급에 영향을 주고 있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여파는 아직 반영되지 않아 앞으로 돼지고기 가격은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 가공식품 가격도 연일 오름세다. 소주 업계 1위 하이트진로는 이달 1일부터 소주 출고값을 평균 6.45% 올렸다. 전달 식품업체들이 맥주, 아이스크림, 햇반 가격을 줄줄이 올린 데 이어 나온 조치다.
생활물가와는 달리 전체 물가지수는 넉 달째 0%를 맴돌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이날 펴낸 보고서에서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는 아니지만 경기 부진에 0%대의 저물가가 계속되는 준 디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공급물가 안정보다는 수요부진에 따른 물가상승률 둔화가 최근 저물가의 주요 원인”이라며 “소비·투자 감소와 저물가 사이 악순환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기준금리 인하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도 제언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유류세 인하 폭 축소와 원·달러 환율 급등(원화가치 하락) 등이 반영되면 물가 상승률이 0%대를 벗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유가와 환율이 높아지고 있어 수입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라 공급측 물가가 오를 요인이 있다”고 말했다. 소비 증가가 아닌 공급측 요인에 의한 물가 상승은 소비를 더 위축시켜 경기 부진을 심화할 수 있다./세종=빈난새기자 박형윤기자 binthe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