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검사가 뛴다] 박철우 부장검사 "철저한 범죄수익 환수위해 '독립몰수제' 필요"

■전문검사가 뛴다
"유죄판결 나오지않은 사건에서도
재판과 별개로 몰수 가능해져야"
중앙지검 첫 범죄수익환수부장 부임
소라넷 운영자 기소전 자산동결 등
추징보전가액 1년만에 10배 늘어

박철우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 부장검사. /성형주기자


“범죄수익환수 최우선이라는 개념이 도입된 초기라서 기존의 방식에 늘 의심을 품고 발상을 전환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예컨대 과거에는 기소 단계 때만 법원에 추징보전을 청구했다면 이제는 지명수배 단계부터 시작하고 재판 과정에서도 숨겨진 범죄수익이 나오면 즉시 환수 작업에 들어갑니다. 덕분에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범죄수익환수부 설치 후 1년 만에 추징보전가액이 2017년에 비해 10배나 늘었죠.”

대규모 기업형·권력형 부정부패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축재한 범죄수익은 자연히 회수될 것이란 믿음으로 세간의 관심은 범죄인 단죄에만 집중했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다르다.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7년 기준 총 범죄수익 추징금 3조5,525억원(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추징금 제외) 가운데 환수된 액수는 고작 3.1%(1,106억원)에 불과하다. 범죄를 통해 불법적으로 늘린 재산을 조속히 환수할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6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사무실에서 서울경제와 만난 박철우(49·사법연수원 30기) 범죄수익환수부장은 이같이 지지부진했던 범죄수익환수 분야를 개척한 검찰 내의 ‘선구자’로 통한다. 지난해 2월 신설된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 초대 부장으로 부임해 여러 잘못된 관행과 제도적 허점을 단기간에 바로잡는 기반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같은 성과를 기반으로 일선 수사 파트의 환수 실적까지 끌어올린 공로를 인정받은 박 부장은 지난해 12월 범죄수익환수 분야에서 블루벨트(2급 공인전문검사) 인증을 받았다.

범죄수익환수부는 ‘비선실세’ 최순실씨·전두환 전 대통령 등 불법수익 환수에 대한 국민적 요구에 힘입어 탄생한 조직이다. 기존에는 수사관 2명 수준의 환수반 형태로 존재하다 박 부장과 검사 2명 수사관 3명이 참여하는 부서로 격상됐다.

박 부장은 “해외와는 제도 도입취지가 다르고 국내에는 연구 성과와 관련 서적, 실무 사례가 부족해 처음에는 굉장히 막막했다”며 “하지만 이제는 실무 관행의 다양한 문제를 개선한 점에 대해 스스로 자부심을 가질 정도가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특히 “기존 환수반은 추징보전명령 청구서만 쓰는 등 수동적인 업무에 그쳤다면 신설된 환수부는 일선에서도 모르던 것까지 능동적으로 찾아낸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며 “추가 범죄수익을 확인해 은닉죄로 먼저 인지하는가 하면 법원에 청구할 더 나은 법리를 개발하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박 부장이 범죄수익환수 분야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건 지난 2008~2009년 캐나다 밴쿠버에서 연수할 당시 관련 강의를 들으면서부터였다. 이후 ‘스폰서 검사’ 특별검사팀, 광주·울산지방검찰청 특수부장 등 ‘특수통’ 경력을 이어가다 초대 범죄수익환수부장을 맡으면서 본격적인 전문가의 길로 들어섰다. 2014년 원전 비리 수사단에 합류했을 때 당시로서는 이례적으로 1심 판결까지 난 상황에서도 전혀 회수되지 않은 한국수력원자력 직원들의 범죄수익을 일괄 동결시키는 커다란 성과를 올리기도 해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범죄수익환수부의 가장 큰 성과는 지난해 9월 국내 최대 음란사이트 ‘소라넷’ 운영자의 국내 자산을 동결한 조치다. 박 부장은 정보통신망법 위반 방조 혐의 등을 받는 운영자 A씨 명의 부동산 1억4,000여만원을 기소 전 단계부터 추징보전했다. 기소 없이는 추징보전을 시도하지 않던 기존 관행을 과감히 깬 성과였다. 최근에는 전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을 20억원가량 더 확보하기도 했다.

박 부장은 “저도 마찬가지였지만 예전엔 범죄인이 해외로 도피하면 검사가 기소를 중지하고 추징보전을 의뢰하지 않았다”며 “범인을 재판에 넘기지 않아도 동결 조치를 할 수 있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소라넷 사건의 경우 기소 전 동결 조치에 대한 중요한 선례가 됐다”며 “기존 법리를 끊임 없이 새로 해석하고 고정관념을 깨야 환수 방법을 개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더 철저한 범죄수익환수를 위해 풀어야 할 과제를 묻는 질문에 ‘독립몰수제’의 필요성을 수 차례 언급했다. 독립몰수제는 피의자의 사망·도주 등으로 공소제기가 불가능한 사건과 공소시효 소멸·선고유예 등으로 유죄 판결이 나오지 않은 사건에서도 형사재판과 별개로 범죄수익을 몰수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검찰 내에선 독립몰수제에 대한 공론화가 일찌감치 시작됐지만 아직 입법의 한계를 넘지 못한 상태다. 박 부장은 “현재는 법원 확정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동결조치만 할 수 있을 뿐 최종 회수는 불가능하다”며 “지난해엔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던 피고인이 재판 중 사망하자 범죄수익을 유가족이 상속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답답해했다.

검찰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법원의 한발 빠른 결정도 절실하다고 박 부장은 역설했다. 그는 “환수부가 생긴 이후 추진보전명령 청구 건수가 늘어난 만큼 법원도 이를 검찰 문제가 아닌 전향적 관점에서 바라봤으면 한다”며 “몇 년 전만 해도 수사 단계에서 재산을 빼돌리는 범죄자가 적었지만 학습효과 탓에 이제는 수사 개시와 동시에 불법수익부터 빼돌리는 경우가 일반적”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검사로서 앞으로의 포부에 대해서는 후배 양성을 위한 커뮤니티·세미나·교육 활동에 우선 힘쓰겠다고 밝혔다. 그는 “범죄수익환수의 부진으로 ‘돈을 위해서라면 감옥에 한번쯤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왜곡된 인식이 청소년에게까지 확산되고 있다는 설문 결과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며 “앞으로 다른 지방검찰청에도 환수부가 속속 들어선다면 의미 있는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윤경환·오지현기자 ykh22@sedaily.com



◇박철우 부장검사 프로필

△1971년 전남 목포 출생 △1990년 목포 문태고 졸업 △1995년 서울대 외교학과 졸업 △1998년 40회 사법시험 합격 △2001년 사법연수원 30기 수료 △2001년 공익법무관 △2004년 청주지검 검사 △2006년 대전지검 천안지청 검사 △2009년 서울중앙지검 검사 △2010년 ‘스폰서 검사’ 특검 파견 △2012년 대검 검찰연구관 직무대리 △2013년 부산동부지청 검사 △2015년 서울중앙지검 부부장검사 △2016년 울산지검 특수부장검사 △2017년 광주지검 특수부장검사 △2018년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장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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