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강도 높은 부동산 규제로 ‘거래 절벽’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거래세를 인하해 시장의 숨통을 틔워줘야 한다는 의견이 절반을 넘었다. 부동산 가격 급등은 일단락됐지만 주택시장이 급속히 위축되면서 건설산업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큼 양도소득세·취득세 인하 등의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 중 보완해야 할 점을 묻는 항목에 절반이 넘는 56%가 ‘거래세를 인하해야 한다’고 답했다. 주택 거래가 뚝 끊긴 데 따라 발생한 각종 문제 해결이 그만큼 시급하다는 의미다. 실제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에 따르면 서울의 지난 2008~2017년 재고량 대비 연평균 거래량을 ‘1’로 볼 때 올해 1~2월에는 이 수치가 ‘0.109’로 급감했다. 재고량 대비 거래량이 지난 10년 평균의 10%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한국주택학회는 가격 하락에서 기인한 주택 거래량 감소는 인테리어·이사 등 부동산 관련 업계의 소득에 영향을 준다고 분석한 바 있다.
해외 주요 국가와 비교해도 우리나라의 거래세는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11월 국회예산정책처의 발표에 따르면 한국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동산 거래세 비중은 1.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다. OECD 평균은 0.4%다.
거래세 인하 외에도 ‘주택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42%로 절반에 육박했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나 총부채상환비율(DTI)과 같은 ‘대출 규제를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은 20%로 나타났다. ‘공시가격의 현실화를 강화해야 한다’ ‘종부세 등 보유세의 추가 인상이 필요하다’는 답변은 각각 20%와 14%로 조사됐다.
부동산 거래 절벽을 다소 완화할 수 있는 또 다른 카드로 내다봤던 기준금리가 여전히 1.75%에서 동결된 점도 거래세 인하의 필요성에 힘을 싣고 있다. 전문가들 역시 기준금리는 현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응답자의 68%가 ‘기준금리 동결을 유지하는 한국은행의 판단을 지지한다’고 밝혔고 ‘현 수준보다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은 28%에 머물렀다.
정부는 현재의 부동산 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경기 여건상 어려움이 있어도 주택시장을 경기부양 수단으로 사용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정순구기자 soon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