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단 낸드 양산"…韓 숨통 조여오는 中

YMTC, 4분기부터 본격 생산
물량공세땐 업황 개선 발목
韓기업과 '치킨게임' 불보 듯


중국의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가 올해 4·4분기에 64단 3D 낸드플래시를 양산한다. 올 하반기부터 업황 개선이 기대되는 메모리 시장에 중국의 물량 공세라는 악재가 가시화되는 양상이다. 이미 낸드 가격은 손익분기점(BEP)까지 떨어져 우려가 더 크다. 더구나 YMTC가 국영기업 칭화유니그룹의 지원을 받는 만큼 중국산 낸드가 중국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을 잠식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외신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YMTC가 3·4분기 64단 3D 낸드를 시험생산한 뒤 4·4분기 양산을 시작한다. 특히 YMTC는 모회사인 중국 칭화유니그룹에 해당 제품의 판매와 홍보에 대한 권리까지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YMTC 관계자는 “프로세스의 생산수율이 상당히 개선됐다”며 “소비자 전자제품에 공급하기에 충분히 만족스러운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YMTC는 현재까지 32단 시제품만 내놓았다. 지난해부터 64단 낸드를 양산한다고 밝혀왔지만 미국의 집중적인 견제와 메모리 약세장 진입 등으로 번번이 실패했다. 그럼에도 이번 계획에 주목하는 것은 제품 판매권에 대한 논의까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YMTC의 공언대로 연내 양산이 이뤄지면 낸드 가격에 충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7년 8월 개당 5.78달러(128Gb 기준)까지 올랐던 낸드 가격은 지난달 3.98달러로 추락했다. 이에 삼성전자(005930)의 1·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반 토막 났고 올 2·4분기에는 낸드 사업에서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추가 가격 하락을 막기 위해 주요 낸드 업체인 SK하이닉스(000660)는 10%, 마이크론은 5% 감산 계획까지 발표했다.

더 큰 문제는 중국산 저가 스마트폰 및 PC 스토리지를 YMTC 낸드가 장악할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중국 D램 업체인 이노트론이 모바일용 25나노 시제품을 내놓고 푸젠진화도 32나노 시제품을 출시하는 등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기술격차가 빠르게 좁혀지는 양상이다. 반도체 업계의 한 임원은 “저가 제품부터 중국산이 우리 제품을 대체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

64단 낸드 양산땐 범용 휴대폰시장 급속 잠식… 삼성·SK 치명타

하이닉스 D램 포함 매출 39% 中서 올려

자국제품에 강제 탑재 땐 타격 불가피

기술격차도 2~3년으로 줄어 ‘추격 발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4월 중국 우한에 있는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YMTC 홈페이지


중국이 반도체 중 상대적으로 기술 난도가 낮은 낸드플래시 분야에서 먼저 추격해올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될 조짐이다. 지난해 말 급락한 낸드 가격이 이제 바닥을 찍었다는 긍정론이 제기되던 상황에서 또 다른 암초와 맞부닥치는 양상이다. ‘중국제조 2025’ 정책이 반도체 국산화율 70%를 목표로 내세운 만큼 중국을 거대 시장으로 둔 국내 반도체 업체들의 부담은 장기적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가 이번에 내놓는 64단 낸드가 플래그십이 아닌 중국산 범용 스마트폰에 탑재되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점점 높아지는 낸드 양산 가능성=YMTC는 아직 32단 시제품만 내놓은 상태다. 그런 상황에서 32단 양산을 건너뛰고 64단을 연내 양산하겠다고 공언했다. 사실 이 계획만 놓고 보면 새로울 게 없다. 이전부터 밝혔던 로드맵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번 보도에 주목하는 것은 YMTC가 같은 칭화유니그룹 계열사 베이징유니메모리테크놀로지를 통해 자사 낸드를 탑재한 스토리지 제품을 판매하려던 계획을 뒤집고 직접 판매와 홍보를 맡겠다고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산 이후의 계획까지 구체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실제 YMTC의 양산이 가까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디지타임스는 YMTC 관계자를 인용해 “64단 3D 낸드 공정의 수율이 현저히 개선됐다”며 “소비자 제품에 공급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만족스러운 수준”이라고 언급했다. YMTC는 우선 중국 메모리 제조사 롱시스가 개발 중인 ‘100% 중국산’ 플래시 스토리지에 낸드 칩을 공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롱시스는 지난해 11월 YMTC의 모회사 칭화유니그룹과 전략적 제휴를 체결한 바 있다.

◇삼성·하이닉스와 기술격차 2~3년으로 축소=특히 D램 업체인 푸젠진화가 미국의 견제로 사업 철수설이 돌 만큼 직격탄을 맞은 후 중국 업체들이 ‘로키’로 태세 전환을 했다는 점에서 이번 보도의 무게감이 다르다는 분석도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현재 3D 낸드에서 96단 공정을 적용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지난해 96단 낸드 개발을 마치고 양산에 들어갔다. 삼성은 올 하반기에 100단 낸드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만약 YMTC가 연내 64단 낸드 양산에 성공한다면 기술격차가 2년 정도로 급격히 좁아질 수 있다.

중국산 64단 낸드가 저가 전자제품 시장을 장악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더 큰 위협요인이다. 국내 반도체 기업이 96단 낸드 기술력이 있다고 해도 중국산 저가 스마트폰 등에 들어가기에는 64단 낸드로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김종선 홍익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중국이라는 나라는 부품의 품질이 높지 않더라도 자국 판매용 제품에 대충 쓴다”며 “고성능 제품에는 삼성이나 하이닉스 제품을 쓰더라도 저가품은 중국산 메모리가 잠식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미 전 세계 저가 전자제품 시장은 중국이 상당 부분 장악한 상태라는 점에서 상당한 위협이다. 스마트폰 시장만 해도 이미 화웨이가 전 세계 시장에서 17%를 점유하고 있다.

YMTC가 중국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있는 만큼 이러한 시나리오는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 국영기업인 칭화유니그룹은 YMTC의 지분 51%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중국 국가반도체산업투자펀드 또한 YMTC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얼마든지 자국 기업에 YMTC 낸드 탑재를 강제할 수 있다는 얘기다.

◇회복 불씨 보이던 낸드 사업에 타격=낸드 값이 바닥을 찍고 올 하반기 반등할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한 가운데 YMTC의 시장 진입은 최대 변수로 꼽혔다. 실제 중국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가장 큰 반도체 시장 중 하나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D램을 포함해 매출 39%를 중국에서 올렸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YMTC가 32단 낸드를 탑재한 소비자향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에 이어 엔터프라이즈향 SSD도 시장에 공개했다”며 “오랜 투자와 2년간의 생산 지연을 끝내고 실제 제품이 등장하고 있다는 것은 장기적인 낸드 업황에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가격 하락폭이 D램에 비해 더 큰 낸드에서 YMTC의 시장 진입이 몰고 올 파급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디스플레이의 BOE처럼 YMTC도 밀어내기를 통해 시장 잠식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현재로서는 YMTC의 양산 소식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면서도 “하지만 64단 낸드가 올 하반기 시장에 진짜 모습을 드러낸다면 중국 스마트폰·PC 등 수요 업체에 중국산 메모리 사용을 일정 부분 강제하는 식으로 중국 정부가 나설 수 있고, 이미 적자로 접어든 낸드 사업의 수익률은 더 망가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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