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 2019년 두 세대 이야기

최창학 한국국토정보공사 사장


‘최고의 시간이었고, 최악의 시간이었다. 지혜의 시대였고, 어리석음의 시대였다. 믿음의 세기였고, 불신의 세기였다’. 찰스 디킨스의 소설 ‘두 도시 이야기’의 첫 문장을 떠올리게 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90년생이 온다’는 책 덕분이다. 이해하기 쉽지 않은 1990년생들과 공존하는 법을 터득하기란 쉽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세대 갈등이 화두로 떠오른 것은 급속한 경제 발전 속에 각 세대가 서로의 차이를 인정할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9급 공무원을 꿈꾸며, 알아듣기 힘든 줄임말을 남발하고, 호구가 되기를 거부하는’ 1990년생에 대한 부정적 평가와 ‘기성세대가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영역을 개척하는 새로운 세대’라는 긍정적 평가 사이에서 어떻게 중심을 잡을까 하는 고민이 커졌다.


여기서 세계적 온라인 거래 플랫폼 기업 ‘알리바바’를 탄생시킨 마윈을 생각했다. 그의 성공 비결은 중국과 인터넷 비즈니스를 일찌감치 내다본 것도 있지만 청년 세대에 대한 신뢰가 있었다는 분석에 동의한다. 마윈은 각종 인사제도를 통해 소통과 수평적인 문화를 장려했다. 인터넷 기업의 특성을 감안했지만 임원진 연령대를 30~40대로 유지하되 모든 직무 후임자를 위한 연수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인사 평가에 ‘팀워크’와 ‘가치관’ 항목을 포함했다. 경영성과에 치우쳐 조직문화에 융합되지 못할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이런 마윈도 “‘996근무(오전9시부터 오후9시까지 주6일 근무)’는 거대한 축복”이라고 말했다가 십자포화를 받았다. 청년들은 과거 세대와 다른 가치관, 다른 성공의 방정식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을 재확인한 순간이었다.

이런 연장선에서 한 언론사가 연재한 ‘부장님처럼 살기 싫어요’를 주의 깊게 들여다보고 있다. ‘자신이 생각하는 성공의 기준’에 대해 청년 2명 중 1명은 기성세대 중 ‘롤모델이 없다’고 답변했다. 경제력·지위 등으로 성공을 가늠하는 부모 세대와 자신만의 취향·차별화된 삶을 중시하는 자식 세대와의 차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이들이 새로 쓰는 성공의 법칙에서 ‘공존’ ‘공정’ ‘배려’라는 단어가 빠지지 않으며 자신의 성공을 공동체의 성장으로 연결시키는 긍정적 에너지가 많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젊은 세대들의 가치를 기업문화에 융화시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게 시급하지 않을까.

“지금 이 순간, 여러분이 바로 새로운 세대입니다. 하지만 머지않아 기성세대가 될 것이고 이 세상에서 사라질 것입니다. ‘너무 심한 말이 아닌가’라고 느꼈다면 미안하지만 이것은 엄연한 사실입니다.” 스티브 잡스가 지난 2005년 스탠퍼드대 졸업식에서 한 유명한 연설이 떠올랐다. 그리고 먼 훗날 이들이 우리를 어떻게 평가할까 궁금해졌다. 중요한 것은 ‘이제는 내가 새롭지 않다’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이들과 새로운 공존의 길을 찾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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