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십자각]노트르담 불탔어도 프랑스가 부럽다

조상인 문화레저부 차장


“우리나라 국보1호인 숭례문을 화재로 잃었을 때는 저런 ‘통 큰 기부’가 없었습니다. 프랑스는 비록 유럽 문화의 꽃이라 불리는 노트르담 대성당을 잃었지만 새삼 확인한 그들의 기부문화는 정말 부럽습니다. 우리는 거액을 기부했다가 ‘세금 폭탄’이나 맞지 않으면 다행이죠.”

한 갤러리 대표의 푸념이다. 프랑스가 부럽다는 그에게 동의한다. 화재 사고는 안타까우나 단 하루 만에 1조원 이상을 모금할 수 있는 기부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구찌 등의 명품 브랜드를 보유한 프랑수아앙리 피노 케링그룹 회장은 당장 1억유로를 내겠다고 밝혔다. 루이비통 등을 소유한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은 그 두 배인 2억유로를 기부하기로 했다. 로레알 집안에서도 2억유로를 쾌척했다.


그 배경으로 세제 혜택을 무시할 수 없다. 프랑스에서 일반 기부금은 소득의 20% 한도에서 60%까지 세금 감면을 받을 수 있다. 우리의 두 배다. 특히 그 기부금이 소실 위기의 문화재 복원에 대한 것이라면 90%까지 공제받을 수 있다. 즉 아르노 회장은 실제로 2,000만유로만 쓰고도 2억유로를 기부하는 효과를 거뒀다. 돈 많은 사람이라면 선뜻 기부할 만도 하다.

이는 장 자크 아야공 전 문화통신부 장관이 지난 2003년 장관 재임 시절에 발의한 법안이다. 물론 세제 혜택 때문에 부자의 기부를 꼼수로 보는 시선도 있다. 아야공 전 장관은 기부금의 세액 공제율을 높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가 성난 ‘노란 조끼’ 시위대의 “노트르담이 아니라 레미제라블(가난한 사람)을 도우라”는 역풍을 맞았다. 우리는 그렇게 욕먹을 일을 감수하고 나서는 정치인도 없으니 그마저도 부럽다.

프랑스의 루브르박물관, 오르세·퐁피두미술관과 비교하면 올해 50주년을 맞은 우리네 국립현대미술관은 왜소하다. 법인화 무산 이후 국비 예산만 바라봐야 하는 신세라 자랑할 만한 컬렉션 확보는 요원하다. 막연한 기부·기증 장려가 아니라 혜택이 필요하다. 과감하게 시대를 앞서 가는 ‘미술관급’ 작가의 작품을 기증한 기부자는 세제 혜택을 받고 정부는 작품 구입 예산 확보를 걱정 않고 작가도 살고 관람객도 즐거운, 선순환 구조가 절실하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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