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통합의 길로...나경원 찾아가 추경 설득하겠다"

민주당 새 원내대표 이인영
변화 열망에 친문 의원들 지지
결선투표서 76대49 김태년 꺾어
"보수보다 먼저 혁신·성과 창출
문재인 정부 심판론 무력화할것"
패스트트랙 등 협치행보 주목

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신임 원내대표로 당선된 이인영(가운데) 의원이 이해찬(왼쪽) 대표, 홍영표 전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아들고 의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는 내년 총선에서의 승리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변화와 통합의 길로 나가야만 합니다. 자유한국당이 극우로 갈 때 나는 신속하게 중원을 장악해 총선에서 승리하겠습니다. 민생과 경제 살리기에도 총력을 쏟을 것입니다.”

‘대역전극’이었다. 한 달여 전부터 무서운 기세로 ‘표심잡기’에 성공한 이인영 의원이 8일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신임 원내대표에 선출됐다. 20대 국회 4년차, 문재인 정부 집권 3년차의 여당을 이끌게 된 그는 ‘주류·비주류가 없는 완전체의 민주당’을 만들어 ‘총선 승리’와 ‘민생·경제 살리기’를 이뤄내겠다고 외쳤다.

이날 의총에서 이 의원과 김태년 의원은 민주당 의원 125명이 유효표를 던진 1차 투표에서 각각 54표와 37표를 얻어 결선에 진출했다. 노웅래 의원은 34표를 획득하는 데 그쳤다. 이 의원은 결선투표에서 76표를 받아 49표를 받은 김 의원을 제치고 원내대표 자리를 거머쥐었다.

이 원내대표는 당선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큰 표차 승리를 거둔 배경과 관련해 “한번쯤 주류·비주류의 벽을 확 깨보자, 정권 교체 때 우리가 품었던 문재인 대통령이 추구하는 가치를 중심으로 하나가 돼보자는 민주당 내부의 바람이 작용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실제 그가 원내사령탑에 오르게 된 데는 변화를 바라는 의원들의 열망, 기존 지도부 체제로는 내년 총선에서 장담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판단 등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친문(친문재인) 인사들 상당수가 이 의원의 손을 들어준 게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1기 의장 출신의 이 의원은 원래 의원들 사이에서 ‘운동권의 적자’라는 인식이 강했다”며 “하지만 선거 운동 기간 그에 대한 의원들의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원내대표는 앞으로 민생·경제 살리기에 ‘올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민생과 경제 살리기에 집중하겠다. 민생 및 경제가 이대로 무너지면 내년 총선 결과는 낙관하기 힘들다”며 “성과를 만들어내 문재인 정권 심판론을 무력화시키겠다. 보수보다 먼저 혁신해 총선 정국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원내대표는 우선 추가경정예산안 등의 처리를 위해 한국당을 국회로 다시 끌어들이는 데 총력을 기울 것으로 보인다. 그는 “당장 민생 살리기가 시급한 일”이라며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에게 직접 연락한 뒤 찾아가도록 하겠다. 나 원내대표도 ‘재해 추경’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는데 ‘재해 추경 플러스 알파’를 놓고 협상을 하면 접점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민생 및 경제 살리기를 위해 중소기업육성기금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도 표명했다. 이 원내대표는 “자금난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들과 중소기업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금융지원을 늘리겠다”며 “정부가 시중은행들과 25조원 규모의 자금을 형성해 250개 지역에서 평균 1,000명의 자영업자·중소기업인들이 3,000만원에서 1억원씩 실질적인 도움을 받도록 정책을 설계하겠다”고 설명했다.

이 원내대표가 야당과의 협치 실현과 총선 승리 등을 이뤄내겠다고 강조했지만 처한 상황은 녹록지 않은 게 현실이다. 우선 여야 4당이 패스트트랙을 철회하지 않으면 국회 일정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선을 긋고 있는 한국당을 설득해 국회로 불러들일 마땅한 카드를 찾기 힘든 게 사실이다. 지지율 추이도 심상치 않다. 최근 민주당의 지지율이 다소 상승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한국당의 지지율 역시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총선 승리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향후 공천 진행 과정에서 나올 수 있는 당내 파열음, 청와대 인사들의 복귀로 짙어지고 있는 친문 색채에 대한 우려 등도 그가 극복해내야 할 숙제다.

그는 원내부대표에 김영호 의원, 원내대변인에 정춘숙·박찬대 의원을 각각 임명했다. 원내수석부대표로는 화합·통합형 인물을 검토하고 있다. /임지훈·하정연기자 jh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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