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신(앞줄 왼쪽 두번째) 서울성모병원 유전진단검사센터장과 유전진단검사센터·재활의학과 의료진이 발달지연을 초래하는 희귀 유전질환 진단을 받고 재활치료를 받아온 환우 및 보호자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서울성모병원
발달·지적장애, 자폐 등의 질환이 있는 경우 염색체 마이크로어레이(CMA) 검사를 하면 기존의 염색체 검사(핵형 검사)보다 유전자 이상 여부의 진단 정확도를 3.2배 높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유전성 희귀질환에 대한 조기 진단·치료로 합병증을 줄일 수 있게 해준다.
8일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에 따르면 김명신 유전진단검사센터장(진단검사의학과 교수) 연구팀은 국내 6개 대학병원(서울·여의도·인천·대전성모병원, 성빈센트병원, 인하대병원)에서 선천성 유전질환으로 진단된 환자 617명과 가족 구성원 95명에 대해 염색체 마이크로어레이 검사와 기존의 일반 핵형 검사를 시행해 결과를 비교 분석했다. 환자의 77%는 5세 이하였다.
염색체 마이크로어레이 검사는 주로 발달장애, 특발성 지적장애, 자폐, 선천성 기형 환자 등을 대상으로 하는 최신 유전체 검사지만 아직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고 있다.
검사 결과 염색체 마이크로어레이 검사를 받은 환자의 20%에서 질병과 관련한 유전자 이상이 발견됐다. 이는 일반 핵형 검사 검출률(6.2%)의 3.2배나 된다.
환아의 10.5%에서는 질병의 원인으로 보이는 유전자 이상이, 9%에서는 질병과 연관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되는 유전자 이상이, 8%에서는 아직까지 임상적 의미가 확실하게 알려지지 않은 미분류 변이가 발견됐다.
유전자 이상 중에서는 16번 염색체 단완 근위부(16p11.2)의 미세 결실이 35명에게서 검출돼 빈도가 가장 높았다. 이 부위 염색체의 미세결실은 뇌전증의 위험을 높여 적극적인 검사를 해야 한다. 조기 진단을 놓치면 척수공동증 같은 심각한 상황이 올 수 있고 인지·언어·소근육·대근육 등의 정상 발달을 위한 조기 재활치료가 중요하다.
프래더윌리증후군과 15번 염색체 장완(15q11-q13) 중복이 그다음으로 빈도가 높았다. 프래더윌리는 1세 이전이라도 진단이 되면 성장호르몬 치료를 하는 것이 키 성장은 물론 체성분·지능 발달에 도움이 된다.
센터에 검사를 의뢰한 소아청소년과·재활의학과 주치의들은 염색체 마이크로어레이 검사 결과가 환자를 다른 임상과에 협진 의뢰(86%), 추가 영상 검사(83%), 지속적 추적 검사(75%), 약물 처방(67%) 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 특히 협진으로 질병의 진행을 예측하고 추가로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에 대한 예방 계획을 세우는 데 큰 도움이 됐다는 응답이 많았다.
김 센터장은 “연구 결과 염색체 마이크로어레이 검사가 일반 핵형 검사보다 진단 검출률이 훨씬 높다는 것이 확인됐지만 아직 1차적 검사로 인정받지 못해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고 있다”며 “1차적 검사로 확대 시행된다면 향후 유전질환 진료와 환자의 부담 완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적의 치료계획을 세우고 적절한 치료를 하려면 정확한 진단이 선행돼야 한다”며 “원인 유전자 이상을 정확하게 찾아내 조기에 진단하면 발달지연을 조기에 진단해 소아 재활치료를 적극 실시하는 등 맞춤치료로 증상을 호전시키고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