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32·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시속 146㎞에 이르는 93구째 포심 패스트볼이 포수 러셀 마틴의 미트에 꽂혔다. 프레디 프리먼(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방망이는 허공을 갈랐다.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이 메이저리그 개인 통산 두 번째 완봉승을 완성한 순간이었다.
부상을 완전히 회복한 류현진이 시즌 4승을 완봉승으로 장식했다. 류현진은 8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미국프로야구(MLB) 메이저리그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홈 경기에 선발 등판해 9이닝 동안 4안타만 내주고 무실점으로 역투했다. 사사구 없이 삼진 6개를 잡으며 공 93개로 9이닝을 혼자 책임졌다. 다저스는 류현진의 호투 속에 9대0 대승을 거뒀다.
류현진이 8일 MLB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전 1회에서 역투하고 있다. /유에스에이투데이 스포츠·연합뉴스
류현진이 완봉승을 기록한 건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지난 2013년 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전(9이닝 2피안타 무사사구 무실점) 이후 2,170일 만이다. 시즌 4승(1패)째를 거둔 류현진의 시즌 평균자책점은 2.55에서 2.03으로 크게 내려갔다. 이날 승리로 내셔널리그(NL) 14개 전 구단 상대 승리를 채우는 기쁨도 누렸다. 규정이닝을 채운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전체 평균자책점 5위, 내셔널리그 4위로 올라섰다.
홈에서 특히 강한 류현진은 이날도 힘을 냈다. 류현진은 지난해 9월1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경기를 시작으로 올해 홈 4경기까지 안방에서 치른 8경기에서 볼넷을 한 개도 주지 않았다. 이달 2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에서 8이닝(4피안타 1실점)을 던진 데 이어 메이저리그 진출 후 처음으로 2경기 연속 8이닝 이상을 소화하는 첫 경험도 했다.
류현진이 8일 MLB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전 5회에서 역투하고 있다. /유에스에이투데이 스포츠·연합뉴스
이날 류현진은 1회 초 첫 타자 오지 올비스부터 5회 마지막 타자 댄스비 스완슨까지 15타자를 연속 범타로 처리하며 퍼펙트 행진을 이어갔다. 6회초 첫 타자 타일러 플라워스에게 첫 안타를 내줬지만 이후에도 실점하지 않고 경기를 끝냈다.
1회부터 류현진은 완벽한 제구로 애틀랜타 타선을 압도했다. 첫 타자 올비스를 초구에 우익수 뜬공으로 잡아낸 류현진은 처음 만난 올스타 출신 내야수 조시 도널드슨을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했다. 류현진은 도널드슨을 상대하며 풀카운트에 몰렸지만 6구째 높은 컷패스트볼을 던져 헛스윙 삼진을 유도했다. 프리먼의 잘 맞은 타구는 1루수 정면으로 향했다.
공 9개로 1회를 끝낸 류현진은 2회에는 8개로 마무리했다. 로널드 아쿠냐 주니어, 닉 마케이키스, 스완슨을 모두 범타 처리했다. 3·4·5회에도 모두 범타 처리했고 5회에는 두 차례의 풀카운트 승부를 잘 견뎠다. 아쿠냐 주니어를 상대로 몸쪽 컷패스트볼을 던져 루킹 삼진을 잡았고 마케이키스에게는 2루 땅볼을 유도한 뒤 전력으로 뛰어 타자 주자보다 빠르게 1루를 밟았다. 퍼펙트 행진은 5대0으로 앞선 6회초 선두 타자 플라워스에게 시속 118㎞ 커브를 던지다 좌전 안타를 허용해 끊어졌다. 다저스 팬들의 기립박수로 아쉬움을 털어낸 류현진은 인시아르테를 포수 앞 땅볼, 대타 찰리 컬버슨을 2루수 앞 병살타로 처리하며 실점 없이 이닝을 끝냈다.
류현진이 8일 MLB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전에서 9-0으로 완봉승을 거둔 뒤 미소 짓고 있다. /유에스에이투데이 스포츠·연합뉴스
7회초 선두타자 올비스에게 빗맞은 중전 안타를 맞는 등 2사 2루 위기에 몰리기도 했지만 아쿠냐 주니어의 잘 맞은 타구를 다저스 우익수 코디 벨린저가 멋지게 걷어내 실점하지 않았다. 8회와 9회에도 안타 한 개씩을 내줬지만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다저스 타선도 류현진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저스틴 터너는 1회말 선제 솔로포 등 홈런 3개를 치며 5타수 4안타 6타점으로 맹활약했다. 류현진은 3회 희생 번트에 성공하고 6회 시즌 첫 안타를 때려내는 등 타석에서도 빛났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