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엄 산 명상관 입구. 노출 콘크리트의 매끈한 질감과 거푸집을 고정한 원형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제공=뮤지엄 산
안도 다다오 건축의 트레이드마크는 단연 노출 콘크리트다. 콘크리트는 견고하다는 장점 때문에 주로 건축 골조로 사용돼왔지만 거친 질감과 차가운 느낌 탓에 마감재로서의 매력은 떨어졌다. 안도는 건물 안에 숨어 있던 콘크리트를 밖으로 꺼내기 위해 전에 없던 매끄러운 콘크리트 표면을 구현해냈다. 덕분에 안도의 건물은 콘크리트로 만들었지만 둔탁하거나 거친 느낌이 적다. 오히려 손을 가져다 대보고 싶을 만큼 미끈하고 부드러운 표면을 자랑한다. 물론 이 매끈한 콘크리트를 얻기 위해서는 시공 시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먼저 거푸집부터가 일반적인 것과 다르다. 안쪽에 왁스 코팅이 된 거푸집을 사용해 부드러운 표면으로 찍어낸다. 이 거푸집은 한 번 사용하면 안쪽이 오염되기 때문에 재사용할 수도 없다. 거푸집에 배합한 시멘트를 부을 때는 온도에 따라 30분 차이로도 경계선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시간 차를 최소화한다.
이렇게 하나하나 새로운 거푸집을 써서 찍어내면 노출 콘크리트 건축의 상징과도 같은 ‘동그란 홈’이 같은 간격으로 생긴다. 거푸집을 나사로 고정했던 흔적이다. 건물 내부의 벽면을 찬찬히 살펴보면 동그란 홈 속에 거푸집을 고정하는 데 썼던 볼트까지 노출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건물 외벽은 홈 안쪽에 시멘트를 채워 볼트가 보이지 않는다. 비에 녹이 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콘크리트 구조를 완성한 후에도 내부 공사는 계속된다. 보통은 건축 자재를 내부에 쌓아두거나 벽에 세워두기도 하지만 노출 콘크리트 건물에서는 이조차 금물이다. 무거운 공사 자재에 벽이 긁히거나 깨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보양 작업을 철저하게 한다. 천막을 치거나 합판으로 벽체를 하나 더 만들어 공사가 끝날 때까지 벽을 보호하기도 한다.
유명국 재능교육 자산운용팀 차장은 “노출 콘크리트 건물은 일단 거푸집에 콘크리트를 부으면 더 이상 손댈 수 없기 때문에 상당히 난도가 높은 공법”이라며 “특히 JCC크리에이티브센터에 설치된 원형 계단은 거대한 원형 계단 틀을 만들어 통으로 찍어내는 고도의 공법이 사용됐다”고 설명했다. 유 차장은 “이러한 공법을 배우기 위해 국내 건축과 학생들은 물론 건설 관계자들의 방문도 종종 있다”고 전했다.
공사는 쉽지 않지만 특별한 재료를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안도는 언제나 건축물이 들어설 지역에서 나는 시멘트를 쓴다고 한다. 당연히 배합법도 다른데 뮤지엄 산의 경우 적절한 배합을 찾기 위해 총 스물세 번의 시연을 거쳤다고 한다. 모두 비슷한 회색처럼 보이지만 그의 건축물을 주의 깊게 살펴보면 저마다 명도가 다른 이유다.
/박윤선기자 sepys@sedaily.com
◇ 국내 안도 다다오 건축물
JCC(서울시 종로구)
뮤지엄 산(강원도 원주시 지정면)
본태박물관(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유민미술관·글라스하우스(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LG아트센터(서울시 강서구 마곡-현재 건축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