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中메모리 따돌리려면 ‘초격차 전략’ 외엔 답 없다

중국의 ‘반도체굴기’가 매서운 기세로 한국을 맹추격하고 있다. 중국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는 올 4·4분기부터 64단 3D 낸드플래시 양산체제에 돌입할 예정이라고 외신들이 전했다. 당초 예상과 달리 32단 낸드 양산을 건너뛰고 64단 체제로 직행한다는 것이어서 그만큼 기술력에 자신감을 가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가뜩이나 공급 과잉에 시달리는 반도체 시장에 또 하나의 악재가 발생한 셈이다.


세계 반도체 시장이 YMTC의 개발동향을 예의주시하는 것은 중국의 기술개발 속도가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만약 중국이 64단 낸드 양산에 성공한다면 한국과의 기술 격차는 2년 정도로 급격히 줄어들게 된다. 더욱이 YMTC는 계열사를 거치지 않고 판매와 홍보까지 직접 맡아 국내외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구체적인 전략까지 세워놓았다. 정부의 지원을 업고 중국산 플래시 스토리지부터 저가시장을 잠식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중국 제조 2025’를 앞세운 중국 정부의 반도체육성정책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중국 당국이 그동안 한국 업체에 대해 반독점 조사까지 벌이며 견제해온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지금 같은 위기상황일수록 우리 특유의 공격적인 대응이 중요하다. 낸드 시장은 사물인터넷(IoT)·빅데이터와 함께 수요가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다. 이런 유망 시장에서 1위를 유지하려면 초격차전략을 앞세워 시장 지배력을 더욱 공고히 다지는 것 외에 다른 수가 없다. 그러자면 선제적인 투자와 과감한 연구개발(R&D)로 기술 격차를 더 벌려야 한다. 정부도 기업들이 계획대로 투자를 진행할 수 있도록 애로사항을 해소하고 세제 혜택 등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무리한 상법 개정 등으로 기업을 옥죄지 말고 안심하고 경영활동에 몰두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과제다.

한국 반도체가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유지하자면 기업과 정부가 한 몸으로 뛰어야만 한다. 위기 때마다 공격적 투자로 글로벌 강자를 지켜온 우리 반도체의 선전을 기대한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