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고시로 불리던 5급 공채 합격자들이 얼마 전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입교식을 하고 17주의 교육을 시작했다. 나라의 미래를 이끌어가야 할 이들을 잘 교육해 국민에 대한 진정한 봉사자로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감에 어깨가 자못 무겁다. 다산 정약용은 ‘목민심서’에서 공직자의 덕목으로 ‘율기육조’를 제시했는데 첫 번째가 단정한 몸가짐(칙궁·飭躬)이요 두 번째가 깨끗한 마음가짐(청심·淸心)이다.
하지만 위와 같은 덕목만으로 공직자의 자세를 다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보스포럼’을 만든 클라우스 슈바프 세계경제포럼(WEF) 회장이 전망했듯 ‘융합된 기술들에 의해 경제체제와 사회구조가 급격히 바뀌는 미래 사회’에서 공직자의 자세는 보다 적극적 의미로 정의돼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개인적인 경험을 곁들여 신임 공직자들에게 몇 가지 당부를 전한다.
첫째, 공직이라는 업(業)의 의미를 치열하게 고민하고 가슴속 깊이 되새겨야 한다. 공무원시험 경쟁률이 매년 최고치를 경신하는 것을 보면 젊은 세대가 업에 대한 가치보다 직(職)의 안정성만 추구하는 것 아닌지 우려될 때가 있다. 필자가 반도체 분야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만 해도 일본을 이긴다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할 상황이었다. 그러나 손톱보다 작은 반도체의 각 분야를 업으로 삼아 열정과 의지를 불태운 수많은 사람이 있었기에 우리나라에서 세계 최고의 반도체 기업이 나오는 기적이 가능했고 30년 가까이 1등을 놓치지 않고 있다.
둘째, 자신만의 ‘필살기’를 갖춘 융합형 인재가 돼야 한다. 예측하기 힘든 미래에 자신을 지켜줄 수 있는 것은 끊임없이 업그레이드되는 본인만의 필살기밖에 없다. 대한민국은 반도체라는 필살기가 있었기 때문에 글로벌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고 자동차 전장, 로봇, 인공지능(AI) 분야와의 융합으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었다. 신임 공직자들도 자기만의 필살기를 갈고 닦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기 바란다. 그런 후에 각자의 필살기를 융합하는 제너럴리스트로 나아가야 한다. 자신의 확고한 영역을 바탕으로 타인의 전문 영역까지 크로스오버가 가능할 때 진정한 리더가 되는 것이다.
셋째,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해야 한다. 전기자동차와 우주발사체·태양광 등 다양한 분야에서 종횡무진하는 일론 머스크는 “실패는 하나의 옵션이다. 만약 실패를 겪지 않았다면 당신이 충분히 혁신하지 않았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장으로 부임한 후 공무원들이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이 도전하는 문화를 만들고자 ‘퍼스트 펭귄’상을 만들었다. 도전에는 성취도 있지만 실패도 있기 마련이며 실패를 자산으로 할 수 있을 때 실패의 반복을 없애고 성취할 수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노력이 필요한 것은 국가와 공직자의 존재 이유가 바로 ‘국민 행복’이기 때문임을 잊지 않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