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고 쓰는 맛을 느낄 수 있는 ‘어른들의 연필’을 만들어보자”
일본 도쿄에 위치한 중소기업 기타보시연필’의 스기타니 가즈토시 사장은 연필의 시대가 저물어가자 새로운 타깃을 정했다. 바로 연필에 대한 추억이 남아있는 어른들이었다. 아이들 연필보다 직경 1㎜ 정도 굵게 만들었고, 연필심이 쉽게 부러지지 않도록 해 ‘쓰는 맛’이 다르게 했다. 이 연필은 2011년 일본 문구대상 디자인 부문 우수상을 수상했다. 지금까지 100만 개 이상 판매하는 대기록도 세웠다. 이 회사는 1897년 연필용 나무 가공 및 판매를 하던 소기업으로 출발해 여러 변신을 거쳐 지금의 강소기업이 됐다. 하지만 여전히 종업원이 30명이 채 되지 않는다.
‘일본 중소기업의 본업사수경영’은 이처럼 끊임없는 진화를 통해 사양산업과 불황이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굳건히 살아남은 30개의 일본 중소기업 사례를 담았다. 가볍고 잘 깨지지 않는 특수 거울을 개발해 전 세계 항공사들을 고객으로 만든 ‘코미’, 최소한의 재료만으로 본질의 맛을 살린 초콜릿 브랜드 ‘베이스’ 등도 소개한다.
저자 오태헌은 경희사이버대학교 일본학과 교수다. 일본의 많은 기업이 적게는 10여 명, 많아도 몇십 명에 불과한 직원만으로 ‘어떻게 100년을 버텨올 수 있었을까’ 라는 궁금증에서 출발해 일본 장수 중소기업들의 성장 동력을 들여다봤다. 그 비결은 전통을 중시하면서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내적 진화’ 능력이었다. 이들 기업들은 변화를 주저하지 않았다. 그 변화는 스스로를 더 자세히 들여다보는 데서 출발했다. 위기를 통해 미처 알지 못한 회사의 장점을 발견하고 고집스럽게 반드시 지켜나가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했다.
또 이들은 기존 제품이나 서비스가 진화하는 방향에 맞춰 변화가 이루어져야 본업도 유지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저자는 ‘매력적인 경영자’ ‘명확한 지향점’ ‘글로벌 마인드’ ‘개선 능력’ ‘변화 적응 능력’ 등을 이들 작지만 강한 기업들의 다섯가지 특징으로 꼽았다. 1만6,000원.
/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