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세계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하며 데뷔한 김호연 작가의 신작 소설 ‘파우스터’가 평론가, 영화감독들의 추천을 받으며 스토리의 힘을 입증하고 있다.
최근 발간된 김호연 작가의 장편소설 ‘파우스터‘는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는 조종과 감시, 젊음과 노욕이 충돌하는 현실을 은유하며 숨 가쁘게 펼쳐지는 장편 엔터테인먼트 스릴러다.
책에는 노인들이 거액의 돈을 지불하면 각자가 원하는 20대 초반의 젊은이들을 선택해 그들의 인생을 조종하며 대리만족을 느끼고 살아가는 메피스토 시스템이 등장한다. 그 속에서 거액의 돈을 지불하고 남의 청춘을 빨아들이는 노인을 파우스트, 그들에게 청춘을 해킹당한 젊은이를 파우스터라고 부른다.
세대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현 사회를 보여주듯 설정부터 강렬한 사회비판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지만, 치밀하게 설계한 스릴러의 틀 안에서도 김호연 작가 특유의 휴머니즘이 진하게 묻어나온다. 게다가 허를 찌르는 반전의 매력이 더해져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파우스터’라는 제목에서 암시하듯 김호연 작가는 괴테의 ‘파우스트’에서 이 소설의 영감을 얻었다.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에게 자신의 영혼을 파는 대신 젊은 육체와 쾌락을 선사받은 늙은 학자 파우스트의 번뇌와 구원을 담은 괴테의 ‘파우스트‘를 다시 읽으며 상상력을 발휘한 것.
이 같은 기발한 상상력은 독자뿐만 아니라 평론가와 영화감독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도 충분했다. 영화평론가이자 장르소설 전문가인 김봉석씨는 “‘파우스터’는 인간의 자율의지와 개인의 의미를 깊숙하게 파고들면서 마지막 순간까지 독자의 예상을 뒤집고 흔들어댄다. 설정부터 반전까지 치밀하게 설계한 야심만만한 스릴러”라고 평가했다.
또한 드라마 ‘다모’, 영화 ‘완벽한 타인들’을 연출한 이재규 감독은 “인간의 욕망에 대해 이토록 기발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쏟아내는 소설가가 우리에게도 있었다니! 너무도 새롭고 독창적인 방식으로 나를 몰입시켰다”며 “인간의 욕망은 괴물을 만들었고, 김호연 작가는 괴물 같은 스릴러를 만들었다”고 극찬했다.
전작 ‘고스트라이터즈’에서도 권력으로부터 개인의 자유를 지배당하지 않으려 고군분투하는 캐릭터들을 전면에 내세웠던 김호연 작가는 전작이 작가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으로 시작됐다면, 이번에는 한국사회를 이끌어가는 최상위 권력층에 대한 근원적인 문제의식에서 시작됐다는 점에서 주의 깊게 읽어볼만하다.
/김동호 기자 dongho@sedaily.com